시리아의 비극 … 1개월 아기가 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지난 22일 영양실조로 숨진 시리아의 생후 한 달 신생아 사하르 도프다. 사망 하루 전 촬영된 사진으로 23일 공개됐다. 도프다가 살던 고우타 지역은 시리아 정부군의 봉쇄로 식량 공급이 끊겼다. 현지 구호단체들은 수많은 어린이가 영양 결핍 상태라며 대재앙을 경고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22일 영양실조로 숨진 시리아의 생후 한 달 신생아 사하르 도프다. 사망 하루 전 촬영된 사진으로 23일 공개됐다. 도프다가 살던 고우타 지역은 시리아 정부군의 봉쇄로 식량 공급이 끊겼다. 현지 구호단체들은 수많은 어린이가 영양 결핍 상태라며 대재앙을 경고했다.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AFP통신이 공개한 시리아 아기의 사진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움푹 꺼진 눈, 고통스러운 표정 #숨지기 전날 사진에 전 세계 충격 #정부군 봉쇄로 식량·의약품 끊겨 #350만 명 고립 … 아이들이 최대 피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사진 속 아기의 이름은 사하르 도프다다. 태어난 지 한 달이 됐지만, 체중은 2㎏도 되지 않는다는 아기는 움푹 팬 눈으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프다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고우타 지역의 병원에서 영양실조 처치를 받았지만, 사진이 공개되기 전날인 22일 사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많은 아이가 위험에 처해 있으며, 구호단체들이 재앙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식량 공급이 매우 낮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 많은 아이가 죽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만 명이 거주 중인 고우타 지역은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리아 정부군이 봉쇄 중이다. 사실 이곳은 최근 러시아와 이란, 터키 주도로 지정된 반군 근거지 내 ‘긴장 완화지대(안전지대)’중 한 곳이다. 안전지대 지정 취지에 맞게 내전 당사자인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의 전투가 중단되고, 외국군의 공습도 금지돼야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은 여전히 이 지역에 대한 봉쇄를 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식량 및 의약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봉쇄 지역에 대한 국제 구호단체의 지원도 제한했다. 가디언은 시리아 전역에서 고우타와 같은 봉쇄 지역에 갇혀 있는 사람이 약 350만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군끼리의 다툼으로 인해 안 그래도 부족한 구호품의 투입이 더 어려워졌고, 상인들이 그나마 있는 식량을 사재기하는 바람에 식량난은 이미 재난 수준으로 악화됐다.

이에 따른 피해는 아이들이 가장 극심하게 입고 있다. 영양 부족 상태인 아기 엄마들이 젖을 먹이지 못하고, 분유는 아예 없다 보니 아기들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도프다의 엄마 역시 제대로 먹지 못해 도프다에게 젖을 먹이지 못했다.

고우타 지역의 병원 운영을 지원하는 ‘시리아-아메리카 의료협회’의 모하마드 카토웁 박사는 “영양 부족은 면역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아이들은 감염에 취약해져 결국 사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의 의사인 아햐 아부 아햐는 AFP통신에 “지역의 어린이 약 9700명 중 4000명이 영양 부족 상태이며, 200명이 영양실조, 80명이 극심한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식량난을 틈탄 암거래상의 농간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들이 암시장에서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일반인들은 기본적인 생필품을 구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구호당국 관계자는 “사람들이 설탕·빵 등 필수품을 사기 위해 영양 보조 식품을 팔아야 한다”며 “이로 인해 심각한 영양실조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설탕 1㎏ 가격이 15달러(약 1만6936원)에 이른다”며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