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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7 09:32:10

[건강한 당신] 우울증은 의지력으로 절대 못 고쳐요, 뇌질환이니까

중앙일보

입력 2017.10.25 01:00

업데이트 2017.10.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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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찬형 교수의 건강 비타민

김모(47·서울 서초구)씨는 5년 전부터 이유 없이 소화가 잘 안 되고 잠을 잘 못 잤다. 회사가 커지면서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야근을 자주 했고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그러려니 여겼다. 하지만 점차 일에 의욕이 떨어졌다. 주변에서 ‘표정이 어두워지고 무뚝뚝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주일에 3일 이상 헬스장에 갈 만큼 운동을 좋아했지만 이것도 흥미가 떨어졌다. 우울증 초기 증상이었다.

전두엽·변연계 기능 떨어져 생겨
2주 이상 기분 처지고 무기력할 땐
반드시 전문의 찾아 치료 받아야

워낙 말수가 적은 김씨여서 가족을 비롯해 주변에서는 성격 탓이라고 생각해 무심코 넘겼다. 김씨의 우울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가족들도 이런 변화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김씨는 올해 초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가족이 일찍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우울증 환자는 뇌의 전두엽·변연계 기능이 떨어져 있어 감정 기복이 심하고 의욕이 없다. [중앙포토]

우울증 환자는 뇌의 전두엽·변연계 기능이 떨어져 있어 감정 기복이 심하고 의욕이 없다. [중앙포토]

우울증의 대표적인 특징은 기분이 축 처지고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는 상태가 2주 이상 지속하는 것이다. 불안·공허·절망·무기력에 시달린다. 무척 좋아하던 일이나 취미생활에 의욕이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는 64만3102명이다. 이 중 남성이 21만1796명, 여성이 43만1306명이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 조사(2016)에 따르면 평생 우울증을 한 번 이상 앓는 사람의 비율은 여성(6.9%)이 남성(3%)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여성의 9.8%는 산후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 여성이 많은 이유는 호르몬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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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감기처럼 쉽게 대하면 심각성을 간과할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우울증과 자살의 연관성이다. 가족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우울증 환자가 자살을 시도할까봐 무척 두려워한다. 그러면서도 ‘설마’라고 생각하고 애써 외면한다. 자살을 걱정해서 우울증 치료나 관리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본인이 알아서? 가족이 적극 개입해야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에게 자살 충동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서로 밀접하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에서 증명됐다. 서울대병원·아주대병원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신경정신질환’에 발표한 논문(2010)에 따르면 1회 자살 시도를 한 사람에게서 우울증이 있을 비율은 자살을 시도하지 않은 사람의 6.5배였다.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208명을 조사한 동국대병원·경북대병원 연구팀의 논문(2010)에 따르면 계획적 자살 시도 경험자의 25.6%가 우울증을, 22.6%는 알코올 의존·남용 경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울증 환자가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 우울증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느낌이 아니다. 환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촬영(MRI)장치로 보면 전두엽·변연계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 전두엽은 뇌에서 사고·판단·계획·본능·억제를, 변연계는 본능·충동·수면·기억을 담당한다. 우울증 환자는 전두엽·변연계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울하고 의욕이 없으며 집중력이 떨어진다. 잠을 잘 못 자고 식욕이 떨어지며 감정 기복이 심하다. 우울증은 일시적인 질병이 아닐뿐더러 개인의 나약함 때문에 생긴 게 아니고 의지·노력으로 나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둘째로 환자가 우울증 치료를 받도록 가족이 개입해야 한다. 환자는 자신에게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도 선뜻 병원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우울증은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환자에게 치료를 맡겨두지 말고 가족이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셋째로 경우에 따라 입원치료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자살 시도 등의 극단적 행동을 할 것처럼 보일 때 그리해야 한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환자의 3.17%(6711명), 여성 환자의 2.3%(9923명)가 입원치료를 받았다. 입원하면 의사가 환자를 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환자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신뢰가 쌓인다. 그러면 퇴원해도 환자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치료 순응도가 높아진다.

극단적 행동 조짐 보이면 입원도 고려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에는 ‘촉매제’가 있다. 동국대병원·경북대병원의 자살 시도자 208명 분석 논문(2010)에 따르면 ▶가족 갈등 ▶경제적 궁핍 ▶별거 ▶질병이 자살 생각이 나게 한다. 복지부 조사(2016)에서 최근 1년간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이 기혼(1%)·미혼(2.3%)인 사람에 비해 이혼·별거·사별(3.1%)한 사람이 더 높았다. 혼자 살거나 결혼생활이 안정적이면 가족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한 해 자살 시도자는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을 다 막을 수는 없지만 막을 수 있는데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울증 조기 발견과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김찬형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

김찬형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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