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대비해 대체 투자 비중 늘려갈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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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즈노 히로미치

미즈노 히로미치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증시가 기록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돈 풀기)란 쿠션을 깔고 앉아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일본 연금운용 미즈노 CIO #“최근 증시 상승은 양적완화 덕 #주식·채권 외 투자에 눈 돌려야”

미즈노 히로미치(水野弘道·사진)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GPIF)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보는 세계 주식시장의 현실이다. 한국도 해당한다. 방한한 미즈노 CIO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물론 일본식 거품이라고 보진 않는다. 기업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고 경제도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유럽·일본 등 중앙은행이 제공한 두꺼운 쿠션이 바닥에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했고 그 쿠션의 탄성 덕에 빠르게 회복을 할 수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즈노 CIO는 세계 증시를 진단하며 “조심스럽다(cautious)”는 표현을 반복해서 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을 선언했고 유럽의 중앙은행도 여기에 합류하고 있다”며 “일본도 이보다 늦긴 하겠지만 따라갈 것”이라며 그는 대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식·채권 같은 전통적인 자산 이외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공적 연기금인 GPIF는 한국 국민연금과 성격이 같다. 운용 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145조 엔(약 144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이다. 미즈노 CIO는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창립 1주년을 맞아 이날 열린 포럼에 참석하러 한국을 방문했다. 세계여성이사협회는 세계 74개국 3500여 명의 여성 경영진을 회원으로 둔 단체다.

미즈노 CIO는 단기 수익에 치중하는 민간 펀드와 공적연금의 지향점은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국가 채권과 수천 개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보편적 투자자’로서 사회 전체의 가치를 올리는 장기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든 대표적 사례가 여성 경영진 확대다. 미즈노 CIO는 “여성 관리직이 1명 더 늘었다고 해서 바로 실적이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5년에서 10년, 20년 이상을 보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위험을 줄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한국 국민연금과 관련해 미즈노 CIO는 “이 자리에서 3년간 일하면서 국민연금 경영진과 전략적 제휴를 위해 잡았던 회의가 갑작스런 경영진 교체 문제로 취소된 일이 두 번이나 있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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