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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구두쇠 일본을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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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7일 일본 도쿄 도심에 있는 주오(中央)구 쓰키시마(月島) 출장소. 민원인을 맞는 직원들의 옷차림이 독특하다. 정장 대신 와이셔츠 위에 포근한 스웨터를 입은 직원도 있고 아예 점퍼를 겹쳐 입은 사람도 있다. 옷을 따뜻하게 입어 난방 에너지를 아끼자며 올 겨울부터 일본 관공서들이 시행 중인 '웜비즈(warm-biz)'운동의 현장이다. 주오구는 관내 공공건물의 난방 온도를 19도로 맞췄다.

도쿠시마(德島)현의 가미이타초(上板町)는 공공건물 실내 온도를 더 낮춰 17도로 설정했다. 원래 올겨울 내내 난방기를 끄고 지낼 예정이었지만 수십 년 만의 이상 한파 때문에 지난달부터 약하게 가동하고 있다. 이와세 다카오(岩賴高男) 총무과장은 "자원 낭비를 막자는 취지"라며 "집에서도 난방 스위치를 끄고 산다"고 말했다. 웜비즈 운동은 지난 여름 넥타이를 매지 말고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근무해 냉방 에너지를 아끼자며 환경성이 벌였던 '쿨비즈'의 연장이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7000만㎾h의 전력(도쿄 전력 집계)을 절감했다. 25만 인구 도시가 한 달간 쓸 수 있는 에너지다.

규슈(九州)의 나가사키(長崎)현에서 시내.시외버스 500여 대를 운영 중인 나가사키 버스의 운전사들은 연료를 아끼려고 신호 대기 중 반드시 시동을 끈다. 일본은 에너지 자급률이 4%에 불과해 이처럼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크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 엔진을 함께 장착해 연비를 월등히 높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가장 앞선 나라도 일본이다.

이러한 '에너지 구두쇠' 일본에 세계 에너지의 25%를 사용하는 미국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와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17일 "일본인들의 절약 습관은 에너지에서 더욱 유별나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며 에너지 절약 실태를 자세히 보도했다. WP는 "일본에선 가전 제품도 '에너지 절약형'이란 인증마크가 붙지 않으면 잘 팔리기 힘들다"고 전했다. 신문들은 "미국은 석유 중독에 빠져 에너지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일본은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며 미국인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촉구했다.

한편 산업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1위지만 석유소비량은 세계 7위로 경제 규모보다 에너지 소비가 많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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