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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 격차부터 보육 문제까지…사회 문제 해결해 호평받는 스타트업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메신저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영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텔라'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젊은이들을 영어 교사로 채용하고 있다. [사진 텔라]

메신저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영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텔라'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젊은이들을 영어 교사로 채용하고 있다. [사진 텔라]

교육 스타트업 텔라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톡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영어 회화를 가르친다. 수업은 통상적인 전화 수업이 아닌 메신저로 이뤄진다. 전화 영어 수업도 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거나 ‘영어 말하기 울렁증’이 있는 직장인들이 주요 타깃이다. 연간 1500명 이상의 고객이 텔라의 ‘카톡 영어’를 이용한다. 원하는 사람들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전화 수업도 할 수 있다.

영어 쓰는 우간다·필리핀 젊은이들 교사로 고용한 '텔라' #'메쉬코리아'는 배송 기사들의 보험 가입해서 안전 보장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임팩트 투자 더 늘어날 필요 있어"

텔라의 영어 교사 30여명은 공식 언어가 영어인 아프리카 우간다와 동남아시아 필리핀의 현지 젊은이들이다. 이들 선생님은 굳이 한국에 올 필요가 없다. 발달한 IT(정보ㆍ기술) 환경 덕분에 현지에서 원격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 젊은이들의 구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비교적 저렴하게 영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텔라의 강점이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텔라처럼 빈부 격차, 노동 인권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곳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혁신적인 사업 구조를 갖춘 이들 스타트업은 단순히 기부ㆍ나눔 방식이 아닌 상생의 의미를 강조함과 동시에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는다.

메신저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영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텔라'의 서비스 화면. [사진 텔라]

메신저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영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텔라'의 서비스 화면. [사진 텔라]

텔라를 만든 진유하 대표는 학부 시절 봉사 활동 목적으로 방문했던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현지 부족 언어만 구사할 줄 알았던 현지인들이 예상외로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경제 수준이 낮은 아프리카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실직 중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 사람들을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 대표는 “서비스 퀄리티가 좋으니 선생님의 국적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IT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사회적 의미를 담은 사업 아이템이라서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셜벤처로 시작한 업드림코리아도 캄보디아ㆍ인도 등 개발도상국 아동들이 사업의 동기이자 원천이다. 이 회사는 이들 국가에 사는 빈민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토대로 디자이너가 패턴을 만들어 모자ㆍ의류ㆍ가방 등을 만든다. 제품을 판매하고 남은 수익금으로 이 아이들을 돕는다.

물류 벤처기업 '메쉬코리아'는 이륜차를 운전하는 배송 기사들의 보험 문제를 개선하는 등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사진 메쉬코리아]

물류 벤처기업 '메쉬코리아'는 이륜차를 운전하는 배송 기사들의 보험 문제를 개선하는 등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사진 메쉬코리아]

노동자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스타트업도 있다. IT 기반 물류 벤처기업 메쉬코리아는 지난 4월 법인 최초로 이륜차 종합보험 가입 승인을 받았다. 이 회사는 이륜차를 모는 배송 기사 1만여명을 통해 기업의 배송 서비스 등을 대행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종합보험과 함께 상해보험도 가입해 배송 기사들의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둔다. 운전 중 사고가 발생하면 배송 기사는 대인은 무한, 대물은 최대 3000만원까지 보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류 벤처기업 '메쉬코리아'는 이륜차를 운전하는 배송 기사들의 보험 문제를 개선하는 등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사진 메쉬코리아]

물류 벤처기업 '메쉬코리아'는 이륜차를 운전하는 배송 기사들의 보험 문제를 개선하는 등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사진 메쉬코리아]

그동안 보험 업계는 생계형 이륜차 운전자에 대해서는 의무보험인 책임보험 가입만 허용했다. 연간 1500명의 기사들이 부상을 입는 등 사고율이 높다는 이유로 자차ㆍ자손을 포함한 종합보험 가입은 거절했기 때문이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1년간 정부 부처와 국회를 들락날락거리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보험사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종합보험 단체 가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과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9월에 배달원들을 위해 ‘라이더 보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업계 내 안좋은 관행을 자진해서 바로잡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맘시터'는 당장의 보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대학생, 교육 전문가 등 보육 인력들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 맘시터]

'맘시터'는 당장의 보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대학생, 교육 전문가 등 보육 인력들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 맘시터]

스타트업 ‘맘시터’는 베이비시터 중개 플랫폼을 운영한다. 당장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부모와 대학생 베이비시터를 연결해주는 것이 주요 서비스다.

젊은 베이비시터들은 등ㆍ하원 도우미는 물론이고 실내 놀이, 영어 학습, 체육 수업 등을 아이들과 함께 한다. 육아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보육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지원할 수 있다. 단기간만 이용할 수도 있고 합리적인 가격대 덕분에 창업 1년 만에 1만5000명 이상의 부모 회원을 확보했다.

이 같은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문제점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투자와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ㆍ기관 등에 투자해 이윤을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가 국내에선 아직까지 보편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팩트 투자는 수익률보다는 투자에 따른 ‘임팩트’(영향)를 수익성의 척도로 간주한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법인들을 중심으로 투자와 엑셀러레이팅(육성)을 도와주는 벤처캐피탈(VC)과 엑셀러레이터들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 이같은 흐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등 사회적 기업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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