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계 급한 불 껐지만…보상 문제ㆍ'탈원전' 우려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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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업계와 시공사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대표적인 곳이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등 주요 기자재 공급을 맡은 데다 삼성물산ㆍ한화건설과 함께 주 설비 공사도 진행해 공사가 중단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박정원 두산 회장은 “만약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건설을)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이 된다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 두산중공업 #"한수원과 협의해 건설 잘 되도록 노력" #손실 1000억 추산…구체적 산정도 '숙제' #울산시도 "지역에도 적절한 보상 필요"

그러나 이번 발표로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다. 공사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개월간 공사가 멈춰있던 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았다. 공사 현장을 떠나있던 인력을 다시 모아야 하고, 중단 기간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민감한 문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3개월 공사 중단으로 약 10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결과와 상관없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일시중단에 따른 유지 비용을 보상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비용 산정 과정에서 정부와 한수원, 시공업체 간 의견 차이가 클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또 울산시도 이날 “건설 참여업체가 입은 손실보상은 물론 지역주민의 이주지연, 영업 차질 등에 따른 직ㆍ간접 피해도 면밀히 파악해 적절한 보상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정부 최종 결정이 나면 발주처인 한수원과 협의해 건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며, 손실에 대해서도 발주처와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더 멀리 내다봤을 때 원전 업계가 갖는 우려 또한 여전히 깊다. 그야말로 한숨만 돌렸을 뿐 ‘탈원전’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론화위도 정부가 장기적으로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함께 내놨다. 정부는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재개와 별도로 신한울원전 3ㆍ4호기와 천지원전 1ㆍ2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노후 원전 10기도 수명연장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원전 관련주는 종일 들썩였다. 역시 두산중공업이 가장 롤러코스터를 탔다. 공사가 중단됐을 때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25일 1만6250원까지 내렸다. 20일에도 장 초반 전날 대비 하락한 1만8600원에 거래됐지만, 공론화위 발표 직후 상황이 급변해 한때 2만2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막판에 다시 매도 물량이 몰리며 결국 전날보다 1.3% 내린 1만9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이나 한전기술 등 다른 관련주도 비슷했다. 공론화위 발표가 나오기 직전 2.3% 내린 3만9900원에서 거래되던 한국전력은 발표 이후 급등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 폭이 줄며 전날보다 0.6% 오른 4만1100원으로 마감했다. 한전기술은 온종일 등락을 반복하다 1.2% 하락 마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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