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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초강력 스포일러! 논란의 그 영화 완벽 해석

중앙일보

입력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매거진M] ‘미친 영화다’ 영화를 향한 극찬과 논란의 평에 빠지지 않는 이 말. ‘마더!’(원제 Mother!, 10월 19일 개봉,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는 ‘소름끼칠 만큼 관객을 압도시키는 영화’(할리우드 리포터) ‘껍데기는 굉장하게 보이지만 알맹이는 비어있다’(버라이어티) 등 양쪽의 평가가 극과 극을 이루며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광기를 경험하라! #'마더'의 정체는...

내용은 이렇다. 평화롭던 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은 이들을 선뜻 받아들이고, 더 많은 손님이 집을 찾아와 무례하게 행동한다. 불안한 아내 마더(제니퍼 로렌스)는 손님들을 내보내려 하지만 남편은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다”며 그들을 거둔다.

남편은 어떤 존재일까. 아내의 불안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 기독교적 은유, 지구의 탄생 등 영화에 대해 여러 해석이 오가자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성경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구상했고, 마더는 대자연을 뜻한다. 하지만 관객이 의미를 찾을 때 느낄 재미를 위해 애매모호하게 표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애매모호함 때문에 ‘마더!’는 사전 정보가 없어도, 조금 알고 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는 선에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마더!’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 당신이 볼 영화 ‘마더!’는 상상 그 이상일 테니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빈집에서 닷새 동안 홀로 신열을 앓으면서 ‘마더!’ 초고를 써내려 갔다. 매일 매초 보게 되는 뉴스 헤드라인 기사, 온종일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림 소리,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맨해튼 중심가에 가져다준 암흑을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그래서 영화는 스릴러 장르에 걸맞을 만큼 긴장감과 으스스함, 불편함이 공존한다.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마더!’ 시사를 일주일 앞두고, “지금은 살아있기에 너무 가혹한 시대다”로 시작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치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면 꽤 압박을 받게 될 거란 걸 예상했다는 듯이 말이다. 대략적인 성명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구 상에서 여러 생명체가 전에 없던 빠르기로 멸종되는 걸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볼 만큼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중략)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해하려 해봐도 너무 어이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들을 마주하게 된다. 남아메리카에선 여행객들이 해변으로 밀려 올라온 아기 돌고래 사진을 서로 찍으려고 하다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중략)
지구 상에 존재하는 한 종으로서의 인간 운명은 이제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우리는 이 세계가 맞닥뜨릴 위기를 모른 체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마 영화를 보면서 불편한 마음이 든다면, 그건 영화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환경문제의 두려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M235_마더

M235_마더

지난 9월 베니스국제영화제 상영 후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그는 기독교의 신, 하나님이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마더는 대자연”이라고 기독교적 테마임을 밝히며 “마더와 남편,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들의 아들 형제까지 주요 캐릭터도 모두 성경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행동을 보다 보면 인간 태초의 원죄, 최초의 살인자, 구원자의 등장 등 기독교와 신화가 거침없이 변주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전형성을 탈피한 준비 작업 

M235-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M235-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의 초벌 원고가 쓰여 지고,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천년을 흐르는 사랑’(2006)과 ‘노아’(2014)를 함께 한 프로듀서 아리 핸델, ‘블랙 스완’(2010)의 프로듀서 스코트 프랭크린과 함께 시나리오를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캐스팅이 완료되자 영화 제작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 무렵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벌였다. 바로 뉴욕 브루클린 외곽 창고에서 세 달간 리허설을 진행한 것.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실제 촬영 장소가 될 주택의 실측도를 바닥에 붙여놓고, 그와 벌써 여섯 번째 작품을 같이 하는 촬영 감독 매튜 리바티크와 함께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테스트 버전 촬영을 마쳤다. 리허설 공간에는 벽이라고 할 것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바닥에 붙여놓은 테이프가 실제 촬영 장소에서 나뉠 구역을 표시해 주는 수단의 전부였다고.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리허설에서 카메라 숏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를 모두 촬영했고 그것을 90분짜리 버전으로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기본적인 것들, 카메라 워킹과 인물들의 감정선 변화를 체크한 것이다.

이토록 철저한 리허설 기간이 필요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마더의 시각에서 영화를 찍기 원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찍는 건 기본적으로 딱 세 개다. 마더의 얼굴, 마더의 어깨 그 너머, 아니면 마더의 눈에 비치는 주위 모습. 그게 무엇이든 카메라는 계속 마더에게 착 달라붙어서 그녀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간다. 121분의 러닝 타임 중에서 66분이 마더의 클로즈업 숏일 정도.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또한 영화엔 와이드 숏이 몇 장면 되지 않는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면서, 좁은 복도를 걸어가며 찍는 롱테이크 숏이 많다. 모든 장면이 집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인데, 한 장소에서 어떻게 하면 계속적인 놀라움을 관객에게 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게 제작진의 또 다른 과제였던 셈이다. 영화가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한 마더의 시선을 제대로 따라가면 영화가 더욱 새롭게 보일 거다.

또 하나의 주인공 ‘집’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바로 집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파라다이스로 만들고자 했던 마더의 집은 낯설고 두려운 이방인들이 들어 닥치면서 불안한 공간이 된다. 마더는 끊임없이 “여긴 내 집이다” “나가라”고 울부짖지만, 그럴수록 마더의 집이라는 공간 정체성은 점점 사라진다.

‘마더!’에서 집이라는 공간이 흥미로운 건 주인공 마더가 단 한 순간도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 집이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구의 실질적 구조나 원리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처럼 영화에서 집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역할은 등장인물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완벽한 구조의 집을 찾는 게 영화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 과제였다. 하지만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바라는 집과 정확히 일치하는 공간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새로 집을 짓는 방법을 택했다. 여러 건축 양식을 찾아보던 아로노프스키 감독과 필립 메시나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현관이 확장된 형태로 집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가옥 형태를 찾았고, 이를 영화 속 집의 모티브로 삼았다.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매력적인 구조의 집을 만들었는데, 장점이 확실하다. 집 구조상 관객이 여러 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것도 없는 리허설 공간에서 모든 걸 상상해서 연기해야 했던 배우들에게 실제 세트장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을 터. 특히 로렌스는 “세트장에 들어서자 마더와 혼혈일치가 된 듯 모든 것이 저절로 되었다”고 말했다. 마더와 집이 하나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로렌스는 영화 내내 맨발로 등장한다.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집이 주는 위엄 때문일까. 공간에 흡수돼 이야기를 장악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연약하고 조심스런 여인부터 절규하며 광기를 쏟아내는 모습까지 마더 역의 로렌스는 드라마틱하고 다채로운 캐릭터 변신을 시도한다. 근엄함과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극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준 남편 역의 바르뎀의 카리스마는 단연 압권. 첫 번째 손님인 남자 역의 에드 해리스와 그의 부인 여자 역의 미셸 파이퍼는 신경쇠약 앙상블 연기로 존재감을 더한다.

'마더!'의 깨알 트리비아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후 우연히 1978년 발간된 수잔 그리핀 작가의 『여성과 자연』을 읽고 영화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방식과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비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남녀 사이에 대한 이야기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합쳐도 될 거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마더!’의 원래 제목은 ‘여섯째 날(Day six)’이었다. 성경에서 세상을 창조한 지 6일째 되는 날을 참고하면 영화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알 수 있을 것. 현장에선 모두 영화를 ‘Day six’로 불렀다.

●제니퍼 로렌스는 ‘마더!’의 시나리오를 읽고, 충격을 받아 방 바닥에 집어던졌다고. 하지만 결국 출연이 예정됐던 멜로 영화 ‘로지 프로젝트’(2019년 개봉 예정,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에서 하차하고 ‘마더!’를 택했다.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바르뎀은 영화 엔딩에서 자신을 가리키며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I am I)”라고 말한다. 이는 성경에서 신이 했던 말. 또한 그는 엔딩 크레딧에서 유일하게 배역이 대문자(HIM)로 표기된다 .

●‘마더!’엔 배경음악이 나오지 않고 기묘한 사운드만 들린다. 유일한 음악은 엔딩크레닛이 올라갈 때 나오는데, 패티 스미스가 부른 스키터 데이비스의 The End of the World (세상의 종말)다. 들어보면 가사가 영화 내용과 굉장히 잘 맞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왜 태양은 계속 빛날까요? 왜 파도는 해변으로 계속 몰아칠까요? 모르나 봐요. 세상의 끝이라는 걸.
당신이 이제는 절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세상은 끝났어요. 제가 당신의 사랑을 잃었을 때.
아침에 일어나면 왜 모든것이 변함이 없을까요? 이해할 수 없어요.’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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