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홈페이지에 자녀 이름이?…학생 개인정보 무단활용 학원 실태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육부가 학생의 동의를 받지 않고 대학 합격여부 등을 홍보에 활용하는 학원을 집중점검한다.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학생들의 대학 진학 실적은 게시하고 있는 모습. 전민희 기자

교육부가 학생의 동의를 받지 않고 대학 합격여부 등을 홍보에 활용하는 학원을 집중점검한다.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학생들의 대학 진학 실적은 게시하고 있는 모습. 전민희 기자

서울 대원외고(서울)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6·서울 대치동)씨는 올해 초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외고 준비를 하면서 '면접 대비' 강의를 들은 학원 홈페이지 합격생 명단에 자녀 이름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변에선 ‘축하할 일인데 이름 좀 무단으로 갖다 쓰면 어떠냐’는 반응이었지만,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적이 없는 상황이라 불쾌했다. 학원에 연락해 '광고에서 우리 애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교육부·행정안전부, 학원·대학 집중점검 #다음달 1일까지 학원 8곳, 대학 20곳 조사 #학생 동의 없이 학원 마케팅 이용 여부 등 #현장 직접 방문해 자료조사, 시스템 점검 등 #법 위반시 과태료 200만~4000만원 #교육부 “실태 파악하고 개선책 마련하겠다”

김씨뿐 아니라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학원들이 학생과 부모 동의 없이 학생들의 진학 실적을 광고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이달 1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입시학원의 수강생 개인정보 처리 상황을 포함해 교육분야 개인정보보호 실태를 합동조사한다고 17일 밝혔다.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받지 않고 진학학교 등의 실적을 홍보하거나 제3자에게 무단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서다.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한 대학도 현장점검을 한다. 대학의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대한 실태조사는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김상광 행정안전부 개인정보안전과장은 “당시 개인정보 수집, 이용 동의 시 필수사항을 알리지 않거나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는 등의 위반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원에서 학생 동의를 받고 진학학교와 출신학교, 이름 등을 홈페이지나 학원 내부에 게시하는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다. ‘서울대 합격 김OO(휘문고)’처럼 이름을 일부 가리면 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게시해도 법 위반이 아닐 수 있다. 성이 김씨이면서 휘문고에서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이 여럿일 경우에는 그렇다. 하지만 희귀성을 쓰거나 출신고교·대학 등 다른 정보로 개인을 특정할 수 있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번 점검은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직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자료조사와 담당자 인터뷰, 시스템 확인 등을 한다. 입시학원의 경우 수강생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시 동의 여부, 진학실적 홍보 등을 위한 선택정보에 대한 구분 동의 여부 등을 파악한다. 대학에선 보존기간이 경과된 개인정보 파기, 개인정보처리시스템의 접근 권한 관리, 접근 통제, 암호화, 접속기록 보관 등을 살핀다.

점검 대상은 서울·경기·인천·대전지역 입시학원 중 시설 규모가 크고 수강생 수가 많은 8곳이 대상이다. 대학 중에는 4~8월에 이뤄진 사전 온라인 점검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거나 학생 수가 많은 대학 20곳이 포함됐다.

점검 결과 법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즉시 개선토록 조치하고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실시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을 1회 위반하면 과태료가 200만원이지만, 3회 이상 위반 시 최대 4000만원까지 올라간다.

홍민식 교육부 평생교육직업국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주요 학원의 개인정보 오남용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해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