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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파' 갈루치, "북핵,조건 없이 대화 먼저 시작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1시간 동안 비공개 접견을 했다.

제네바 합의 주역, 문 대통령 면담 후 연세대 특강 #"북의 탄도미사일 시험 중단, 한미 연합훈련 축소" #"북 ICBM 역량 보여준 후 미국과 대화 나설 것" #"한국도 북한과 대화 준비해야", '베를린 구상' 지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내 생각과 똑같다"

 갈루치 전 특사는 문 대통령처럼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미국 내 대표적 대화파다.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로 협상에 나서 1994년 북ㆍ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다. 현재는 조지타운대학 외교통상학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청와대는 자문 성격의 면담임을 강조하며 별도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 외교계 원로로부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ㆍ미 동맹에 관한 자문을 받기 위한 자리”라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과 관련한 의견 교환도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문정인 특보 &#39;이쪽입니다&#39;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왼쪽)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로버트 갈루치 전 미 북핵대사 소개를 마친 뒤 단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날 갈루치 전 대사는 북핵문제 해결과 동아시아 평화공존 등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2017.10.16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정인 특보 &#39;이쪽입니다&#39;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왼쪽)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로버트 갈루치 전 미 북핵대사 소개를 마친 뒤 단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날 갈루치 전 대사는 북핵문제 해결과 동아시아 평화공존 등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2017.10.16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날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 정부가 당장 조건 없는 협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접견에 이어 연세대 통일연구원(원장 서정민) 초청으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진행한 특강에서다.

 갈루치 전 특사는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밝힌 뒤 “미국이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를 시작하고, 적어도 차관보나 국무장관급에서 협상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협상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우리가 원하는 것도 북한이 안다”며 “북한이 탄도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방안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미 관계 정상화는 북한의 인권이 개선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하는데, 이것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며 “휴전협상을 평화협상으로 교체해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로선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대한 협상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보여주고 나서야 미국과의 대화에 들어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막기 위해 예방적 전쟁을 할 필요가 없다”며 군사적 옵션의 무용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재래식 무기에 있어서 북한보다 훨씬 강하다”며 “(미국을 겨냥한) ICBM이 있든 없든 북한이 핵 위협으로 한국과 일본을 인질로 잡을 수는 있더라도 북한의 입장에서 이것은 자살적인 상황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봉쇄정책과 대북제재만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봉쇄 정책 하나만으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지시킬 수 없지만 위협은 봉쇄할 수 있다”고 했다.

좀 더 강경한 대북 제재를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이란 모델’을 언급하며 “최근 있었던 제재 중에 북한을 어렵게 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북한을 협상에 나올 수 있게 하는 제재는 좋다고 생각한다”며 “더욱 강력한 양자적, 국제적 제재조치와 중국이 이러한 이행에 강력히 참여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본인의 발언 시간을 따로 갖기 않고, 갈루치 전 특사의 강연과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을 경청했다.

문 특보는 강연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내 생각과 똑같다”고 말했다.

박유미ㆍ위문희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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