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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총선 출구조사 결과, 국민당 1위…31세 총리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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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해로 31살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국민당 대표(가운데)가 2009년 당 상징색인 검정색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올해로 31살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국민당 대표(가운데)가 2009년 당 상징색인 검정색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보수적인 에마뉘엘 마크롱'으로 불리는 31살 제바스티안 쿠르츠 대표가 이끄는 중도우파 국민당이 15일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국민당은 31%를 득표해 자유당(29%)과 사민당(25%)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르츠가 차기 총리가 되면 민주 국가 중 선거로 뽑힌 최연소 지도자가 될 전망이다.
 극우 자유당은 29%로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스트리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국민당이 집권 연정을 해왔는데, 양 측의 갈등으로 연정이 깨졌다. 사민당은 지지율 25%로 3위로 밀려난 양상이다. 국민당이 자유당과 집권 연정을 할 가능성이 큰 상황. 이렇게 되면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에서 극우정당이 내각에 참여하는 첫 국가가 된다.

프랑스 역대 최연소 39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 역대 최연소 39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 역대 최연소인 39살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유럽에서 30대 지도자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좌ㆍ우 거대 정당 정치인들이 장악해온 유럽 정치의 세대교체가 활발한 것이다.
 리더의 연령만 낮아지는 게 아니다. 오스트리아 자유당뿐 아니라 지난달 독일 총선에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전후 처음으로 3당으로 의회에 입성하는 등 변방 정치세력의 약진이 뚜렷하다.
 포퓰리즘 정당으로 불리던 이들이 반난민 정서를 경제 불평등 문제와 연결지으며 기성 정치권에 외면받았다고 느끼는 유권자층을 파고들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등 정치하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중도우파 국민당 1위로 크루츠 대표 최연소 총리 될 듯 #극우 자유당도 집권 연정 통해 내각 참여 가능 # #프랑스 최연소 마크롱 비롯해 30대 지도자 유럽서 속출 #변방 정당들 극단주의 벗고 경제소외층 대변하며 약진 #2700년 만에 37세 여성이 로마시장 된 이탈리아서 #포퓰리즘정당 오성운동, 31세 디마이오 대표로 집권 노려 #에스토니아·우크라이나 총리도 나란히 38세 #유권자 요구에 민감하고 디지털 친화 정당이 성공 공통점 # # #

◇유럽에서 거센 30대 지도자 바람
 오스트리아 국민당의 선전은 쿠르츠 대표 덕분이다. 내부 권력 싸움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한 국민당은 22살에 정계에 입문해 27살이던 2013년 EU 최연소 외무장관에 오른 쿠르츠가 지난해 5월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지지율 1위로 부상했다. 쿠르츠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인구가 870만명 가량인 오스트리아에 2015년 난민 9만 여명이 유입돼 인구대비 독일 다음으로 규모가 커지자 경기 침체를 겪던 저임금 노동자층의 반발이 심해졌다. 이와 맞물려 반난민을 외쳐온 자유당이 지지율 선두를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국민당 대표 [AFP]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국민당 대표 [AFP]

 쿠르츠는 민심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외무장관으로서 EU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유럽 국가들과 난민 유입 경로인 발칸 루트 폐쇄에 합의했다. 반대 진영에선 온정 없는 ‘철심장'이라고 비난했지만, 그 결과 유입 난민 수가 크게 줄었다. 쿠르츠는 이미 도착한 난민에겐 통합 교육을 시켰다. 지난해 12월 대선 1차투표에서 1위를 한 자유당 후보를 무소속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저지해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자유당 지지율은 30%를 상회했다. 쿠르츠는 극우에 몰려갔던 지지자를 되찾아왔다.
 쿠르츠는 사지마비 환자인 전직 장대높이뛰기 선수 등 외부 인사들을 대거 총선에 공천하는 승부수도 던졌다. 양대 정당의 틀을 부수고 프랑스 정치를 재건하겠다며 시민 참여형 정치운동 앙마르슈(전진)를 출범시킨 뒤 수학자 등 신인과 여성을 대거 공천한 마크롱 대통령과 유사한 전략이다.

2700년 로마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시장으로 당선된 37살 비르지니아 라지. [EPA=연합뉴스]

2700년 로마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시장으로 당선된 37살 비르지니아 라지. [EPA=연합뉴스]

 지난해 6월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선 2700년 로마 역사상 처음으로 37살 여성 시장인 변호사 출신 비르지니아 라지가 당선됐다. 토리노에선 민주당 피에로 파시노(66) 현 시장을 누르고 31살 시의원 출신 키아라 아펜디노가 승리했다. 모두 좌파 성향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출신이다.
 내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오성운동은 지난달 온라인 경선을 통해 31세 루이지 디마이오 하원 부의장을 대표로 선출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대학을 중퇴한 디마이오는 정장 차림으로 뛰어난 언변을 선보이며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기성 정치를 비판해온 오성운동 창립자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2선 후퇴하면서 친 EU 성향의 디마이오를 수혈해 지지층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31세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오성운동 대표 [AFP=연합뉴스]

31세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오성운동 대표 [AFP=연합뉴스]

 지난해 라타스 위리 에스토니아 총리와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우크라이나 총리 역시 나란히 38살에 총리에 올랐다.
◇변방의 정당들, 기득권 타파와 소외층 대변 내걸고 ‘수용 가능한 세력'으로
 교체기를 맞은 유럽 정치에선 포퓰리즘 정당이나 극좌, 극우 등 다양한 세력이 자리를 잡는 추세다.
 프랑스 대선에선 중도와 정치개혁을 표방한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를 꺽긴 했지만, 르펜 때문에 중도우파 공화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은 대선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장 뤼크 멜랑숑이 대표하는 극좌는 반대로 입지가 강해졌다.
 포퓰리즘 정당들은 기존의 나치 찬양 같은 극단주의적 행동 대신 세계화의 소외층을 껴안으며 온건해지는 경향이다. 프랑스 하원의원이 된 르펜은 지난 11일 “EU를 떠나거나 유로화를 버리지 않고도 프랑스인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존 노선의 대폭 수정을 시사한 것이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소속 마린 르펜 [중앙포토]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소속 마린 르펜 [중앙포토]

 총선 이후 오스트리아 내각 참여가 유력한 자유당도 1956년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했지만 나치 옹호 정당의 이미지를 벗는 작업을 해왔다. 부총리 취임 가능성이 큰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는 선거 전 “나는 네오나치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고 선언했다. 선거 직전 당 행사에서 한 시의원이 나치식 경례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재빨리 자격을 정지시킬 정도였다.
 유럽 정치지형 변화는 진행형이지만 유권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체질을 바꾸는 정당이 표를 얻는 것은 분명해졌다.
 자유당은 90년대 중반 세계화 물결 속에 중산층이 붕괴 조짐을 보이자 ‘보통사람과 중산층의 보호자'로 구호를 바꿨다. 99년 총선에서 26%를 얻어 원내 2당이 됐다. 이후 지지율 하락세를 겪다 2015년 난민이 대거 유입되자 저임금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한 노동자층 표심 잡기로 목표를 조정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최저 연금제도 도입 등을 공약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00일 내에 120억 유로의 감세 프로그램에 착수하되, 재원은 난민과 외국인에 대한 복지를 줄여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토마스 호퍼 정치컨설턴트는 “자유당은 전통적인 선거 광고 대신 많은 사람들이 들어찬 주택을 등장시킨 시트콤 동영상을 선보였다"며 “이민 문제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복지 위기 등을 드러내 성공적 선거운동이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 대표. [AFP]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 대표. [AFP]

 독일 총선에서 3위를 차지한 AfD는 페이스북 팔로워 숫자가 모든 독일 정당의 팔로워보다 많을 정도로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했다. 이민자들의 범죄 뉴스를 SNS로 공유하며 반 이민 정서를 자극했다. 동시에 구 서독지역에 비해 낮은 경제수준 때문에 박탈감을 느껴온 동독지역에서 2위를 차지했다.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 메르켈 집권 연정의 대안 자리를 꿰찬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집권을 노리는 이탈리아 오성운동은 2013년 총선 때 인터넷 경선으로 대부분 40대 미만의 후보자를 선출했다. 그해 이 정당이 25%를 득표하자 이탈리아 의회의 평균 연령이 55세에서 48세로 낮아졌다. 여성 비율도 소속 의원의 38%로, 오성운동이 단연 높았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스페인 포데모스 대표.[중앙포토]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스페인 포데모스 대표.[중앙포토]

 2015년 12월 스페인 총선에선 좌파 신생정당 포데모스와 중도우파 시우다다노스가 각각 69석, 40석을 얻어 국민당과 사회노동당의 30년 양당체제를 무너뜨렸다. 당시 37살의 정치학 교수 출신 파블로 이글레시아스가 돌풍을 이끌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의미의 포데모스는 2011년 정부의 과도한 긴축정책을 비판하며 열린 시위의 캠프가 2014년 창당으로 이어졌다. 카탈루냐지역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시우다다노스는 부패 타파와 법인세ㆍ소득세 인하 등을 주장했는데, 당시 36살이던 법률가 출신 알베르 리베라가 대표였다.
 두 정당 모두 유로존 및 유럽 경제위기로 국민들의 대안 세력에 대한 요구가 폭발하는 과정에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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