脅迫<협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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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구박(驅迫)은 말을 공격적으로 몰아(驅) 상대를 심각하게 죄는(迫) 행위다. 갑작스레 닥치는 경우를 우리는 급박(急迫)이라고 적는다. 그 정도가 아주 심한 경우는 절박(切迫)이다. 정해진 시간에 가까워지는 상황은 임박(臨迫)이다.

이런 낱말들을 살피면 迫(박)이라는 글자가 어딘가에 닥치다, 이르다 등의 새김과 함께 상대를 공격적으로 대하면서 궁지에 모는 뜻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협박(脅迫)이라는 말이 슬쩍 궁금해질 수 있다. 신체 일부를 가리키는 脅(협)이라는 글자 때문이다. 겨드랑이에서 갈비뼈인 늑골, 때로는 허리 위까지를 가리키는 글자가 협(脅)이다. 그러나 글자는 일찌감치 ‘위협(威脅)하다’는 뜻을 획득했다. 협박(脅迫)은 따라서 그곳을 겨냥해 다가서며 압박하는 행위다. 위협적인 행동이나 발언 등으로 상대를 압박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겨드랑이 밑을 가리키는 글자가 쓰였을까. 겨드랑이와 그 밑 늑골은 인체의 급소(急所)에 해당한다. 이곳에 타격이 가해지면 인체는 치명적인 해를 입는다. 이는 인체의 아주 긴요한 곳이다. 이곳을 남에게 내준다면 행동거지가 자유스럽지 못하다. 칼이나 창 등으로 그곳을 노리는 상대가 있다면 더더욱 위험하다. 유무형의 무기(武器)가 생명줄이 달린 급소를 겨눈다면 두려움 그 자체다. 그런 행위가 곧 ‘협박’인 셈이다. 비슷한 흐름으로 만들어진 단어는 적지 않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압박(壓迫)이 우선 그렇다. 물리적인 힘 등을 사용해 상대를 몰아치는 행위다. 강박(强迫)도 마찬가지다.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경우다. 대상을 해롭게 하는 결과를 빚는다면 박해(迫害)다.

요즘 대한민국의 옆구리가 아주 시리다. 그곳을 향해 들이미는 북한 노동당의 협박이 도저하기 때문이다. 무지막지한 적화 야욕 탓이다. 공갈(恐喝)도 서슴지 않아 그 정도가 갈수록 더하다. 그 공갈과 협박에 겁먹지 않고 ‘오냐 덤빌 테면 덤벼라’며 자신감 있게 나서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답은 아주 뻔하다. 스스로 강해지는 일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유광종
중국인문 경영연구소 소장
ykj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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