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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빠의 욕구를 채우는 기구였다”…한 대학에 걸린 데이트폭력 고발 대자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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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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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려대에 게시된 익명의 ‘데이트 폭력 피해’ 대자보 내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고 있다.

‘오빠는 데이트폭력 가해자다’는 제목의 이 대자보는 자신의 과거 연인을 거론하며 “오빠는 ‘나는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는 김치녀가 제일 싫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애교를 한 번도 부린 적이 없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 글의 게시자는 “오빠한테 나는 아마 오빠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기구 정도쯤이었을 것”이라며 “성적 욕구를 채우는 과정의 모든 것은 명백한 폭력이었다”고 적었다. 구체적인 사례도 언급했다.

게시자는 “어딘가에서 가해자라는 것을 숨기고 잘살고 있을 오빠가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 대자보를 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데이트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예민함을 탓하고 있을 또 다른 나 같은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여성의전화가 성인 여성 101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2016년 10월)에서 61%가 데이트폭력을 경험했다는 통계자료도 덧붙였다.

게시자는 이 대자보의 빈 곳에 손글씨로 ‘10월 18일 자진 철거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게시판 관리자에게 그때까지는 이 글이 공개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최근 고려대에 게시된 데이트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의 익명 대자보 [사진 독자제보]

최근 고려대에 게시된 데이트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의 익명 대자보 [사진 독자제보]

최근 고려대에 게시된 데이트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의 익명 대자보 [사진 독자제보]

최근 고려대에 게시된 데이트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의 익명 대자보 [사진 독자제보]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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