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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딸 주치의 “최근 엄마 사망 말했는데, 비교적 평온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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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1일 현장검증을 위해 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 피의자 이영학을 그의 집(서울 중랑구 망우동)으로 데리고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11일 현장검증을 위해 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 피의자 이영학을 그의 집(서울 중랑구 망우동)으로 데리고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 이영학(35)과 함께 여중생 친구 A양(14)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딸 이모(14)양은 지난달 21일 서울대 치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2004년부터 이양의 병을 치료해온 이종호 서울대 치대병원 교수는 "항상 함께 오던 이양의 모친 최모씨가 오지 않아 그 이유를 물었고, 이양은 '돌아가셨다'고 대답했다.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 외에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아이는 비교적 평온해 보였다. 엄마의 죽음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달 6일 서울 망우동 자택 건물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3년 이양 치료해온 서울대 이종호 교수 #“수술비 수천만원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영학과 그의 딸이 앓고 있는 병은 ‘유전성 거대백악종’으로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종양이 자라는 치과계 질병이다. 전세계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환자가 5명 뿐인 희소병이다.

유전성거대백악종. [사진 이종호 교수]

유전성거대백악종. [사진 이종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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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양은 수술 결과를 살피고 실밥을 뽑기 위해 11일께 내원하기로 돼 있었다. 비교적 평범해 보였던 부녀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황당해 했다. 이양에 대해서도 “병 때문에 얼굴에 결손이 있는 것만 빼면 건강했다. 밝은 표정으로 아빠와 웃으며 대화를 했다”고 기억했다. 아래는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양의 엄마인 최씨 사망 이후 부녀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혀 없었고, 평소와 같았다. 지난달 21일 수술할 때 엄마가 안 와서 ‘엄마는?’ 하고 물었더니 ‘돌아가셔서 상 치르고 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자살했다’고 하길래 그땐 비용이나 이런 게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 이외에 별다른 얘기는 없었고, 아이는 밝고 의연해 보였다.”

-이양이 진료를 받으러 왔을 때 특이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거의 항상 엄마를 포함한 세 식구가 함께 왔다. 가족에게 불화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이양의 표정도 밝은 편이었고, 아빠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영학에게 지적 장애가 있다거나,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등의 얘기는 기사를 보고 알았다. 병을 앓았으니 말투 등이 정상적이진 않았지만 지극히 평범한 보호자였다. 유전병이다 보니 딸의 병에 더 책임을 느끼는 듯했다. 엄마는 아빠에 비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성격으로 기억한다. 진료 때 앉아서 조용히 설명만 듣고 갔다.”

-현재 이양의 상태는.
“아랫니 5~6개만 남아 있다. 점점 커지는 종양 때문에 호흡이나 식사가 어려웠던 과거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3~6개월 간격으로 내원해 문진과 육안 검사, 파노라마 영상 검사 등을 병행했다. 지난달 21일에 한 수술은 종양 때문에 눌려 함몰된 채 남아 있는 아랫니를 인위적으로 땡겨 올리는 치료였다. 이후 뼈 모양을 유지해 음식을 씹을 수 있도록 교정과에서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이영학이 타고 다닌 지인 명의의 외국산 차량.  [연합뉴스]

이영학이 타고 다닌 지인 명의의 외국산 차량. [연합뉴스]

-이영학은 최근까지 딸의 수술비 후원을 사람들에게 요청했는데.
“실제 이양은 지속적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 2005년 12월에 가장 큰 수술을 받은 뒤로 세 번의 수술을 더 했다. 지금까지는 종양을 제거하고 숨 쉬는 공간을 확보하는 등 생존을 위한 치료였다면, 앞으로는 양악수술 등 미관상의 결손을 보완하는 수술이 남아 있다. 임플란트와 교정 비용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수천만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학이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등 후원금을 유용해 이중 생활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런 얘기는 이번에 처음 듣는다. 이양과 같은 중증 환자의 경우 수술비와 입원비까지 합해 한 번에 600~1000만원이 든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실부담은 50% 정도다.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경제적으로 여유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 뒤에 뭐를 했는지 모르지만 최근에는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그래도 외제차를 타고 다닐 정도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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