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6·25 초기 미군 작전실패 다룬 책 읽어보라며 군사옵션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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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이 잇따라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 준비”를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북 군사옵션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참전 미 장교의 생생한 전쟁 기록 #미 육참총장도 “대북 행동 준비됐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의 연례행사인 국제방산전시회에 참석해 한 기조연설에서 “필요시 트럼프 대통령이 활용할 군사적 대응책을 준비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그는 “미국은 (북핵 문제 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지만 미군은 이 선택이 작동하지 않을 때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현 노선을 돌리기 위한 외교적 노력으로 주로 경제적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미 육군이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대통령이 필요로 할 경우 군사적 개입에 대해 확실히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시어도어 페렌바크의 저서 『This Kind of War(실록 한국전쟁)』를 언급하기도 했다. 미군 장교로 참전했던 페렌바크가 한국전쟁의 전개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특히 초기 한국전쟁에서 미군의 작전 실패와 전쟁에 어떻게 임했는지 등이 나타나 있어 군 장교들이 읽어야 할 고전으로 꼽힌다. 페렌바크는 “한국전쟁은 힘을 시험한 전쟁이 아니라 의지를 시험한 기묘한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은 연설 직후 “한국에서 전쟁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 보라고 답했다. 페렌바크는 저서에서 군사·정치적으로 북한의 침공에 대한 준비 부족이 미군의 큰 피해를 불러왔다며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책에 따르면 한국군은 6·25전쟁 발발 직후 북한의 T-34 탱크에 밀려 속수무책으로 후퇴해야만 했다. 유엔군도 마찬가지였다. 유엔군은 첫 전투였던 50년 7월 오산 죽미령 전투에서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라”는 명령을 받고 70㎜ 무반동총과 바주카포로 저항했지만 탱크 저지는 역부족이었다.

매티스 장관이 이 책을 굳이 거론한 것도 전쟁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강력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마크 밀리 미 육군참모총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북핵 위기를 손볼 시간도 무한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밀리 참모총장은 “미군이 (군사적)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엄청나게 어렵고 위험한 것이고 그 누구도 이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군사적 행동의 결정에 대해 “해당 결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출된 미국의 대표들이 내리게 될 것이며 정해진 일정이 있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 전면전이 의문의 여지없이 끔찍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로스앤젤레스(LA)나 뉴욕에 떨어지는 것도 똑같이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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