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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사장에 김조원 내정 … 문재인 민정수석 때 함께 근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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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조원. [뉴스1]

김조원. [뉴스1]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신임 사장에 김조원(60·사진)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내정됐다. 지난 7월 20일 하성용 전 사장이 사임한 지 80여 일 만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최근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도 올랐던 인물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AI는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 김조원 전 사무총장의 차기 대표이사 사장 선임 안건을 가결했다. 오는 25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을 확정한다. 김 사장 내정자는 “오전 10시쯤 (대표직을 제안하는) 전화를 받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25년 경력, 사무총장도 지내 #김 “분식회계 등 조직 바로잡을 것”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KAI는 지난 7월 14일 검찰이 원가 부풀리기,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하성용 전 사장을 구속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올 연말로 예정된 17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입찰 때문에 방산업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KAI의 경영 정상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경남 진주 출신인 김 내정자는 진주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뒤 21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감사원에서 25년간 근무하며 감사원 사무총장까지 오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항공산업의 문외한이 한국형 전투기 KF-X 개발을 지휘하고 해외에 전투기를 팔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와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이른바 ‘낙하산설’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실제 김 전 사무총장은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며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2008년에는 경남과학기술대학(옛 진주산업대학) 총장을 지냈다. 2012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경남지역 공동선대위원장을 거쳐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맡았던 2015년부터 지난 7월까지 당 당무감사원장을 지냈다. 지난 대선 기간에도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다. 문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윤건영(48) 국정상황실장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윤 실장이 2009년 경남과기대 초빙교수로 갔을 때 당시 총장이었던 김 내정자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 정부 들어 (김 내정자가) 주요직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내정자는 “대표 선임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일반론적, 개인적인 입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진주에서 경남과기대 총장을 하며 우리 학생들을 어느 대학보다 KAI에 많이 취업시켰다. 개인적으로 애정이 많고 잘 아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항공기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건 회사의 경영 시스템 복원과 수출 역량 회복”이라며 “전공이 회계인 만큼 분식회계·비자금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조직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전 총장을 KAI 사장에 임명한 것은 전형적인 보은 인사로 전문성을 무시한 그야말로 신인사 적폐”라고 말했다.

이날 신임 사장 내정 소식에 KAI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15% 급등한 4만7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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