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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속도·가성비 다 갖춘 동대문 패션, 자라보다 뛰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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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9월22일 합자 조인식을 한 저우샤오슝 회장(왼쪽)과 티엔제이 이기현 대표. [사진 티엔제이]

9월22일 합자 조인식을 한 저우샤오슝 회장(왼쪽)과 티엔제이 이기현 대표. [사진 티엔제이]

“고객들에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다 가성비가 더 중요한 가치다.”

중 기업 ‘치피랑’ 저우샤오슝 회장 #한국 티엔제이와 합자, 벤처 세워 #“고객은 사드보다 가성비가 중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관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 치피랑(七匹狼)의 저우샤오슝(周少雄·52) 회장은 다른 선택을 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한국 패션기업 티엔제이(TNJ)와 합자 조인식을 열고, 중국에서 운영할 조인트 벤처를 세우기로 했다. 치피랑그룹이 51%, 티엔제이가 49%를 출자하는 형식이다. 우선 캐주얼 브랜드 ‘민트블럭’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푸젠성에 10개 매장을 열 예정이다.

치피랑그룹은 은행·건설·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계열 군을 보유하고 있는 시가총액 2조원 규모(선전 증시 기준)의 대기업으로, 그중에서도 패션 부문이 그룹을 대표한다. 2016년 패션 부문 순수익만 약 26억4000만위안(약 4566억원)에 달한다.

저우 회장이 한국 기업과 합자에 나선 것은 자라(ZARA)나 H&M 같은 SPA 브랜드를 키워보겠다는 포부에서다. 그는 “동대문 시장의 속도와 디자인 능력으로 트렌드를 맞춰 가는 시스템이 중국에는 아직 없다” 면서 “최근 패션 시장에서 중요한 3가지가 ‘스피드·트렌드·가성비’라고 봤을 때 동대문 시장 체제가 이를 모두 충족시킨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라나 H&M 같은 글로벌 브랜드보다 나은 장점도 꼽았다. 빠르고 대량으로 물량을 공급시키는 대형 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안고 있는 반면 소량을 먼저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보며 추가 생산하는 동대문 시장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패션 기업의 부진한 이유도 ‘속도’에서 찾았다. 고속 산업화를 이룬 한국 소비자들이 안목과 감성을 바꾸는데 3년쯤 걸린다면 중국 소비자들은 6개월 안에도 가능하다는 것. 그는 “초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던 한국 대기업들이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건 시장의 빠른 변화와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우 회장은 1990년 원단 장사를 해서 모은 밑천으로 형제·친구 등 6명과 함께 치피랑을 창업했다. 늑대가 도전 정신과 협력심이 강하고 개성을 잘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7마리의 늑대’를 뜻하는 회사명을 정했다.

초기부터 그는 시장에서 ‘개척자’였다. 재킷이 대박 나면서 백화점에 입점해 승승장구 했지만 그만큼 짝퉁 상품도 늘어난 것. 당시 중국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그는 달랐다. 모조품 생산 업자들에게 소송을 내겠다며 전면전을 선포했고, 이것이 상하이·베이징·광저우 등 주요 지역 언론에 ‘진짜와 가짜 늑대의 전쟁’으로 기사화되면서 브랜드를 단번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이후 중국 내 처음으로 대리점 경영 체제, 스타 마케팅 등을 업계에 도입하면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이처럼 자국 내 기반이 탄탄한 패션기업이 직접 SPA 브랜드 론칭에 나서지 않고 다른 기업과 손을 잡은 이유는 뭘까.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서로 부족한 걸 터놓고 메우고 배우는 개방과 학습이 필요하다. 독식하려다 때를 놓치면 끝이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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