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시장, 프리미엄 제품 편식 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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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높은 사양과 가격이 특징인 프리미엄폰 비중이 해외보다 3배 가량 높아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단말기 제조사들이 저가 휴대폰 종류를 늘리고 국내·외 단말기 가격 차이도 줄여서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10대 중 9대 꼴 … 외국의 3배 육박 #단말기 구입 평균값은 2.6배 높아 #할부금이 통신요금 추월도 다반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프리미엄폰의 비중은 87.9%로 해외의 프리미엄폰 비중(32%)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조사를 진행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시장에는 3만~4만원대의 저가 휴대폰 제품이 아예 없었다.

국내와 해외의 단말기 판매 가격도 차이가 크다. 2015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국내 평균 단말기 가격은 514달러(약 58만3900원)로 해외(197달러·약 22만3700원)보다 2.6배 높았다. 제조사별로 비교해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단말기 평균 가격은 508달러(약 57만7000원)로 해외 평균 가격(223달러·약 25만3300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휴대폰 대부분이 프리미엄폰 위주이기 때문이다.

판매하는 단말기 대부분이 프리미엄폰인 애플은 삼성전자처럼 해외와 국내 평균 가격이 2배까지 차이나지 않았지만, 국내 판매가가 해외보다 45달러(약 5만1000원) 높았다. 애플은 환율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 국내에 출시하는 아이폰 가격을 미국 출시 가격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폰 가격이 비싸고 프리미엄폰 비중이 높다보니 단말기 월 할부금 부담이 높아지면서 할부금이 통신서비스 요금을 추월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출고가 125만4000원·256GB 기준)을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4만원대 요금제로 사용한다 치면 월 전체 통신비의 60%는 단말기 할부금이 차지하게 된다.

변 의원은 “국내 단말기 시장의 95%를 점유한 삼성전자·LG전자·애플 모두 프리미엄폰 위주의 판매 전략과 높은 단말기 가격으로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통신비 부담을 낮추려면 단말기 고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사와 정치권 모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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