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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계절마다 옷 갈아입는 대구 유일 섬 하중도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내륙지방인 대구에도 섬이 있다. 하천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퇴적물이 쌓여 금호강 가운데에 만들어진 하중도(河中島)다. 봄에는 유채꽃과 청보리밭이, 가을에는 코스모스로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는다. 면적 22만2000㎡의 작은 섬이지만 연간 방문객이 20만명을 넘는 대구의 관광명소다.

대구 금호강 하중도의 가을 코스모스 밭. [사진 대구시]

대구 금호강 하중도의 가을 코스모스 밭. [사진 대구시]

 최근 찾아간 대구 북구 노곡교에 위치한 하중도는 분홍빛 코스모스로 일렁거렸다.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흰색 웨딩드레스와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웨딩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노부부와 나들이 나온 커플도 눈에 띄었다. 만개한 코스모스에 가을의 청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대구 북구 금호강에 위치한 하중도, 매년 20만명 관광객 찾는 섬 #봄에는 유채꽃과 청보리밭, 가을에는 만개한 코스모스 밭으로 인기 #대구시, 2019년까지 94억원 들여 하중도 접근성 개선·편의시설 확충 #대구시 자연재난과 "멸종위기종 수달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생태섬 조성"

지난 4월 대구 하중도를 찾은 시민들이 황화 코스모스를 구경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4월 대구 하중도를 찾은 시민들이 황화 코스모스를 구경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하중도의 코스모스 꽃단지 면적은 9만8500㎡다. 이중 분홍·흰색의 코스모스는 7만6500㎡(78%), 노란색의 꽃이 피는 황화코스모스는 2만2000㎡(22%)이다. 황화코스모스는 먼저 개화해 9월 말까지 하중도를 노랗게 물들인다. 일반 코스모스의 아래쪽에 맺힌 봉오리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10월 초까지 가을 정취를 자아낸다. 코스모스 외에도 물억새 단지와 박터널·야생화 화단·가을꽃 화단 등 여러 가지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지난 4월 대구 금호강 하중도 유채꽃밭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4월 대구 금호강 하중도 유채꽃밭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봄에는 만개한 유채꽃과 출렁이는 청보리 물결이 가득하다. 산책로 주변으로는 튤립화단(50㎡)이 하중도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재밌는 것은 하트모양으로 보리가 파종돼 있다는 점이다. 하중도 진입다리인 ‘노곡섬뜰교(130m)’와 연결된 노곡교에서 하중도를 내려다보면 하트 모양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대구 금호강의 하중도. 하트모양의 보리밭이 보인다. [사진 대구시]

대구 금호강의 하중도. 하트모양의 보리밭이 보인다. [사진 대구시]

봄·가을마다 작은 결혼식도 진행한다. 지난 5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하중도 청보리 밭을 배경으로 한 '작은 결혼식'이 열렸다. 대구시는 작은 결혼문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하중도에서 특색있는 결혼식을 기획해 추진 중이다.

대구 금호강의 하중도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 [사진 대구시]

대구 금호강의 하중도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 [사진 대구시]

이날 주인공 부부는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르고 싶어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작은 결혼식'을 알게 됐다"며 "가까운 친지와 지인 분들만 모시고, 아름다운 하중도에서 의미 있고 진솔한 결혼식을 열고 싶었다"고 만족해 했다.

대구 금호강 하중도 청보리밭 모습. [사진 대구시]

대구 금호강 하중도 청보리밭 모습. [사진 대구시]

사실 하중도가 대구의 주요 관광지가 된 건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중도는 원래 채소 경작을 하던 곳으로 비료 과다사용으로 금호강 수질을 악화시키는 오염지역이었다. 대구시는 2012년 생태하천 조성으로 무단 점령하던 비닐하우스시설 500여 동을 전면 정비했다. 유채꽃·청보리·코스모스 등을 심어 시민들을 위한 친환경적 생태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이제 평일 평균 3000여 명, 주말 평균 1만1700여 명이 하중도를 찾는다.

깨끗해진 하중도에는 이제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멸종위기종 수달도 산다. 지난해 경북대 수의학과 조길재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 대구 신천·금호강 일대에 수달이 최소 15마리 이상 사는 것으로 확인했다. 금호강 하중도에는 암컷이 2마리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천·금호강에 출몰하는 천연기념물 수달.  [사진 대구시]

신천·금호강에 출몰하는 천연기념물 수달. [사진 대구시]

대구시는 하중도를 수달과 인간이 공존하는 섬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하중도를 '테마가 있는 자연생태섬'으로 꾸미기 위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할 예정이다.

변문섭 대구시 자연재난과 하천계획팀장은 "하중도는 크게 수달이 살고 있는 자연식생구간·억새밭·노곡교 쪽 코스모스밭 등 3개 구간으로 갈라진다. 자연식생구간은 최대한 보호하면서 시민들이 방문하는 노곡교 쪽의 접근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강 하중도 전경. 백경서 기자

금호강 하중도 전경. 백경서 기자

대구시는 2019년까지 94억원을 들여 도시철도 3호선 공단역에서 내린 방문객이 하중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또한 노곡교에 전망대를 설치해 금호강과 하중도와 어우러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태양광을 활용한 경관조명을 난간에 설치할 방침이다. 편의시설로는 이벤트 광장·음수대·쉼터 등을 만든다. 천연기념물 수달과 노곡동에 서식하는 부엉이 조형물·포토존도 조성한다.

 대구시 북구 노곡동 금호강 하중도에서 한 시민(43.이형길)이 드론을 날려 박이 주렁주렁 열린 터널과 가을이 다가오는 주변 모습을 영상에 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북구 노곡동 금호강 하중도에서 한 시민(43.이형길)이 드론을 날려 박이 주렁주렁 열린 터널과 가을이 다가오는 주변 모습을 영상에 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한편 하중도는 현재 재단장 중이다. 대구시는 오는 13일까지는 내년 봄철 유채 꽃단지 조성을 위한 코스모스 제거·경운·파종 등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는 잠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신윤진 대구시 시설안전관리사업소장은 "매년 하중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꽃길을 산책하며 휴식과 여유를 누리길 바란다. 내년 봄철에 보다 아름다운 유채 꽃단지 조성을 위해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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