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행권 다시 '外資 태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외환은행과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Lone Star)가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신주 1조7백50억원어치(주당 4천원)와 수출입은행 및 독일 코메르츠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3천1백8억원어치(주당 5천4백원) 등 총 1조3천8백34억원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사는 조건이다.

이로써 코메르츠은행과 수출입은행 지분은 각각 14.75%와 14%로, 한국은행 지분은 6.18%로 떨어진다. 또 외환은행의 자본금은 1조8천5백9억원에서 3조1천9백46억원으로 늘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9%대에서 12%로 높아진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게 됨에 따라 은행권엔 또 한차례 지각 변동이 예견된다. 단기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펀드의 속성상 론스타는 우선 외환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계 사모 투자 펀드의 각축=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확보함으로써 제일은행 지분 48.56%를 보유하고 있는 뉴브리지와 한미은행 지분 36.6%를 가지고 있는 칼라일 등 미국계 3대 투자 펀드가 모두 국내 은행의 대주주로 부상하게 됐다.

더구나 미국계 리플우드홀딩스도 자회사인 일본 신세이은행을 통해 하나은행 지분 15%의 인수를 추진하고 나서 국내 은행권이 미국계 투자 펀드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투자 펀드(Private Equity Fund)는 미국의 연기금이나 소수의 전주(錢主)에게서 거액의 투자금을 모아 세계 각국의 부실 채권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펀드다. 론스타도 199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뒤 부실 채권과 서울 역삼동의 현대산업개발 소유 아이타워(현 스타타워) 등에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투자 펀드들이 앞다퉈 국내 은행의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 동안의 구조조정 경험을 통해 은행의 자산가치를 단기간에 올릴 수 있다는 자신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외환은행도 조만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현대그룹에 대한 대응도 종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 부는 외국인 입김=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 펀드의 속성상 외환은행이 은행권에 또 한차례 합병 바람을 몰고올 태풍의 핵이 될 전망이다.

'국민+주택'이나 '하나+서울'등 최근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가 생겨 주가가 올랐던 예가 있기 때문에 론스타나 뉴브리지.칼라일 등이 합병 가능성의 탐색에 본격 나설 것이란 얘기다.

국내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칼라일이 최대 주주인 한미은행은 영국계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이 삼성의 보유 지분 중 9.76%를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추가 지분의 확보를 모색 중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2.77%뿐이었던 조흥은행도 신한지주회사에 편입됨으로써 외국인 주주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우리은행 역시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지분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환銀 신용등급 올라=증권시장에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기고 있다. 외환은행이 론스타로부터 1조원의 신규 자본을 유치하게 돼 재무구조가 좋아진다는 게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최근 외국인의 지분 인수 소식이 전해진 하나.한미은행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편 미국계 신용평가회사인 S&P는 이날 외환은행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등급 올리고 등급 전망도 '유지(Stable)'에서 '긍정(Positive)'으로 조정했다.

정경민.장세정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