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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제주 유커 증발했지만 연휴에 관광지마다 붐빈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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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가 중국어로 된 간판만 덩그러니 달린채 비어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가 중국어로 된 간판만 덩그러니 달린채 비어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가 중국인은 없고 비둘기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가 중국인은 없고 비둘기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7일 낮 12시 제주도 최대 번화가인 제주 제주시 연동 바오젠(寶健) 거리. 사람들이 북적일 점심시간이었지만 이곳은 텅텅 빈 모습이었다. 지난해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거리로 명성을 날리던 곳이었지만 열흘간의 역대 최장 추석 연휴 특수가 비껴간 모습이었다.

연휴 제주 중국인 하루 1122명…지난해 비해 87.3% 감소 #中 사드 보복에 중국인 거리 ‘바오젠 거리’ 연휴 특수 실종 #한류 아웃도어·장신구 가게 등 문 닫아…면세점도 매출 하락 #불황 이어지자 6년 만에 ‘바오젠 거리’ 이름 바꾸기로 결정

 지난해까지 거리를 가득 채웠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游客) 대신 비둘기들만 거리에 떨어진 과자 등을 주워 먹고 있었다. 보이는 이들도 이 거리의 상인들과 내국인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거리의 중심부근에 있는 한류(韓流) 스타를 내세웠던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은 수개월째 가게가 비워진 상태다. 인근 상인 양모(37)씨는 “몇 주일 전에 중국인을 주 고객으로 운영하던 인근의 장신구 가게가 폐업했다”며 “중국의 보복조치가 시작된 올해 3월부터 중국인 매상이 거의 없어 우리도 내국인들의 발길로 겨우 연명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의 한 아웃도어 매장이 비어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의 한 아웃도어 매장이 비어있다. 최충일 기자

바오젠 거리 인근의 대형 면세점 2곳도 매출이 줄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거의 없고 개별 관광객들도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보따리상 도매업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할인과 1+1이벤트 등 프로모션을 강화해 지난해보다 매출의 50%가 줄었다”고 말했다.

9일 낮12시 찾은 제주시내 한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9일 낮12시 찾은 제주시내 한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한국은행의 ‘2017년 9월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중 제주지역 소매점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3.2% 감소해 통계(2010년)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면세점과 제주시내 바오젠 거리 상점 등의 매출 감소 때문이다.

 9일 낮12시 찾은 제주시내 한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9일 낮12시 찾은 제주시내 한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업종별로는 면세점 매출액이 20% 감소했다. 바오젠 거리 상점, 지하상가 등 전문소매점 판매액지수도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과 도민이 주로 이용하는 슈퍼마켓 및 편의점 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오후 6시 제주국제공항의 모습도 바오젠 거리의 상황과 비슷했다. 내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국내선은 매시간 북적인 반면 국제선은 상대적으로 텅 빈 모습이었다.

추석 연휴기간 제주국제공항의 국제선은 국내선과 달리 한산했다. 최충일 기자

추석 연휴기간 제주국제공항의 국제선은 국내선과 달리 한산했다. 최충일 기자

이날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 4만2466명 중 중국인은 839명(2%)에 불과했다. 내국인 관광객이 4만438명이었고 나머지 1149명은 일본 동남아 등 다른 나라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8일까지 10일간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만1222명으로 하루 평균 1122명꼴이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9월 14일~18일) 5일간 4만4140명이 찾아 하루 8828명 찾은 것 비해 87.3% 감소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이 하루 평균 4만5673명을 기록해 지난해 3만6420명보다 25.4% 증가하며 연휴 특수를 누린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추석 연휴기간 제주국제공항의 국내선은 국제선과 달리 연일 붐볐다. 최충일 기자

추석 연휴기간 제주국제공항의 국내선은 국제선과 달리 연일 붐볐다. 최충일 기자

중국인이 줄어 불황이 이어지자 제주시는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바오젠 거리 도로명을 바꾸기 위한 ‘연동 특화거리·도로명 명칭 공모’를 실시한다. 당초 도로명주소위원회는 지난해 6월 바오젠 거리의 명예 도로명 사용 기간을 오는 2019년 7월 4일까지 연장하기로 했지만, 제주시는 중국인 관광객 수 급감 등을 이유로 거리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바오젠 거리는 지난 2011년 9월 중국에서 보건·건강 제품을 판매하는 바오젠그룹이 우수 직원 1만1000여 명을 제주에 보낸 게 계기가 돼 이름 붙여졌다. 제주시 최대 번화가인 연동 제원 사거리 일대 448m의 길이의 거리다.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최충일 기자

제주공항과 가까운 이곳은 숙박업소와 면세점·쇼핑상점·음식점·술집 등이 몰려 있어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각광을 받았다. 한류 열풍과 맞물리면서 한국인보다 중국인이 더 많은 거리로 유명해지고 상점들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으로 운영난에 빠진 상인 100여 명은 최근 ‘바오젠 거리라는 이름이 상권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며 최근 제주시 연동주민센터에 거리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지역 주민들도 바오젠 거리 명칭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가 중국인은 없고 비둘기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가 중국인은 없고 비둘기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시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제주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바오젠거리 만족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총 응답자 224명 가운데 67%인 149명이 ‘바오젠거리의 명칭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이택 제주시 연동장은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요청을 반영해 바오젠 거리에 대한 명칭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다변화되는 국내외 관광객 패턴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가 중국어로 된 간판만 덩그러니 달린채 비어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낮 12시 찾은 제주시 바오젠 거리가 중국어로 된 간판만 덩그러니 달린채 비어있다.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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