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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집 3채 이상 산 31만명, 소득의 80% 빚 갚는데 써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준비 중이다. 사진은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준비 중이다. 사진은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빚을 내서 집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이를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은 9일 나이스평가정보의 주택담보대출 데이터를 분석해 다중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의 현황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2건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32만명에 달한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사업자대출 제외) 보유자 1857만명 중 7.1%, 주택담보대출 보유자 622만명 중 21.2%이다.

이 중에서도 주담대를 3건 이상 가진 채무자는 31만명이다. 3건 이상인 다주택자는 1인당 평균 부채가 2억9203만원으로, 주담대 1건 보유자(평균 1억3182만원)의 2배가 넘었다. 그에 비해 소득 차이는 크지 않았다. 주담대 1건인 사람의 평균 소득이 4136만원, 3건 이상은 4527만원으로 연 소득 차이가 40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3건 이상 다주택자는 소득에 비해 부채 규모가 크다 보니 연간 원리금 상환액(평균 3633만원)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총체적상환능력비율, DSR)이 80.3%에 달했다. 원리금을 균등분할 상환한다고 가정한다면 소득의 80% 넘게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3건 이상 주담대 보유자는 40, 50대 고신용자가 많았다. 20대도 1893명에 달했다. 이들 20대 3건 이상 주담대 보유자는 평균 소득이 3120만원에 불과한데, 1인당 부채는 2억8579만원에 달해 DSR이 116.8%로 추산됐다. 버는 돈보다 빚 상환 부담이 더 크다는 뜻이다.

주택담보대출을 3건 이상 보유하면서 동시에 신용대출도 받은 사람은 14만명이었다. 특히 금리가 높은 카드론·저축은행·대부업 대출을 보유한 경우는 이 중 5만8707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은행권 신용대출이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고금리로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 대출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주담대를 3건 이상 보유하면서 동시에 신용대출도 보유한 대출자는 DSR 비율이 100%가 넘기 때문에 자칫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정세균 국회의장실

자료:정세균 국회의장실

1인당 부채 규모는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늘수록 가파르게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3건이면 평균 부채는 2억6261만원, 4건이면 3억2380만원, 5건은 3억7511만원, 6건 보유자는 4억4746만원 등이다. 주택담보대출을 11건 이상 보유한 1305명은 1인당 보유 부채 규모가 10억7911만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1인당 연소득 금액은 주담대 건수가 늘어나도 완만하게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3건 보유자의 평균 연소득은 4498만원이지만 5건은 4622만원, 11건 이상은 5011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주담대 3건 보유자의 DSR은 71.9%이지만 5건은 103.4%, 11건은 300.2%로 뛰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보유한 다주택자의 부채 위험 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세를 끼고 여러 채에 투자한 경우(갭투자)거나, 임대소득을 목적으로 주택을 여러채 보유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다중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에 대한 대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유동성 악화로 인해 이들이 연체에 빠지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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