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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6)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도 돈 벌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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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사진 Imageq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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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사업아이템으로 잡건, 시장이 큰 사업아이템을 고르건 중요한 건 실제 고객이 얼마나 구매 의사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게 사업 초기 아이디어의 검증단계에서 중요한 일이다.

잠재 고객 속성

사업아이디어에 대한 잠재 고객의 속성을 예측함으로써 사업화 가능성을 판단해보자. 잠재 고객은 어디서 무엇을 소비하고, 어디서 어떻게 돈을 벌며, 무엇이 삶의 우선순위고, 그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나 커뮤니티에서 무슨 화제를 나누고, 그들이 불만을 갖는 것은 무엇이며, 이들에게 경쟁사는 어떤 것을 어떻게 판매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단순하게 ‘18세 이상 30세 이하 도시 여성 청년’이라고 인구학적으로 정의하는 것 이상의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

이 사업 아이디어가 얼마나 시장성이 있는지를 평가한다. [사진 Freepik]

이 사업 아이디어가 얼마나 시장성이 있는지를 평가한다. [사진 Freepik]

사업아이디어 평가

잠재 고객에 대한 분석이 어느 정도 되었으면, 해당 아이디어 분야의 최신 주요 이슈는 무엇인지, 관련 산업에 대한 네트워크를 내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필요한 재원은 얼마나 되고 내게 가용한 재원이 있는지, 경쟁자는 누구이며 그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목적의식에 얼마나 부합하고 이의 달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과연 이 사업아이디어가 얼마나 시장성이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현장 검증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잠재 고객과의 대면을 통해 사업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검증해 보자. 이 단계에서 많은 창업가가 “혹시 내 아이디어를 노출했다가 도용당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개방, 공유, 협력, 투명, 공정 등 초연결시대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빨리 남의 것을 베껴서 싸게 빨리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패스트 팔로워’에 매몰돼 인생을 살아 온 분들에게 이 생각은 괴기공포영화보다 무섭다.

남이 내 아이디어를 아무리 도용하더라도, 나와 똑 같은 동기와 열정을 갖지 않는 이상 해당 아이디어의 사업화 결과물은 그 품질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사진 저커버그 페이스북]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사진 저커버그 페이스북]

저커버그와 윙클보스의 아이디어 다툼을 봐도 알겠지만, 해당 사업아이디어에 대한 비전과 열정이 없으면 아무리 그 아이디어를 속속들이 알아도 사업화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생각보다 남의 아이디어를 들었다 해도 이를 사업화하려는 의지를 갖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빨리 사업아이디어를 공개하고 평가 받아서 얻게 되는 조언이 많을 수록 누군가가 내 아이디어와 유사하거나 도용해서 허겁지겁 사업하는 경쟁자를 이길 가능성도 높다. (아이디어 보호를 위한 행동에 소홀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 지적재산등록 등에 시기 적절치 않은 시간을 투입해서 쓸데없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물론, 내 사업아이디어를 갖고 앞뒤 안 가리고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 국가기관 또는 덩치 큰 기업이 카피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러면 시장은 망가지고 피해자가 속출해 한동안 해당 사업군은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자금력과 조직력이 달리는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사업 아이디어를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사진 Pexels]

사업 아이디어를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사진 Pexels]

그렇다고 사업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더욱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고 내 집 마련 자금, 노후자금, 자녀 양육비를 털어 넣을 수는 없다. 불공정한 갑질로 내 사업아이디어가 박살나는게 두렵다면 이런 것을 잘 지켜주는 선진시장에서 사업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자.

억울하게 당해서 암 걸려 죽나, 생판 모르는 시장에서 신나게 일해보다 암걸려 죽나 죽는 것은 동일하나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그렇다고 잠재적 경쟁자에게 내 아이디어를 다 공개하는 등의 멍청한 짓은 하지 말라.

만나는 모든 상대에게 가장 빨리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내 아이디어가 주는 잇점을 기존에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통해 해결했으며 무엇이 가장 좋았고 아쉬웠는지, 내 아이디어에 관심있을만한 다른 사람은 누구인지, 그들을 소개해 줄 수 있는지 등을 묻는다.

만나는 대상에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도 포함시키면 더 좋다. 투자자는 시장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인싸이트를 갖고 있으며, 이들이 선호도에 따라 투자결정이 이루어 진다. 아이디어 초기 단계에서 부터 이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추후 큰 잇점을 가져다 주리라 본다.

만나는 대상에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도 포함시키면 더 좋다. [중앙포토]

만나는 대상에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도 포함시키면 더 좋다. [중앙포토]

질문해야 할 것이 너무 많지 않은가? 맞다. 사업의 성공은 수많은 질문의 연속이다. 수업에서 질문은 하지도 않고, 심지어 질문하는 상대에게 ‘저 자식때문에 수업 늦게 끝나네’, 또는 ‘닥치고 시키는 거나 해’ 하는 태도로 살아온 사람에게 사업은 맞지 않는다.

혹 이런 태도를 취하면서도 사업을 잘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가 그 사람 밑에서 엄청난 욕과 피해를 입어가며 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 사람이 없어야 하늘에 조각 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성공적 사업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그렇다고 게을러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늘 일상의 내 주변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좋은 음식을 먹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며, 올바른 태도와 생각으로 가득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확천금을 노리며 주변을 괴롭히다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닌, 좋은 사업아이디어 발굴의 시작일 것이다.

최근 ‘Principles’라는 자서전적 책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사의 창업가 레이 달리오는 최고의 아이디어를 택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사장도 예외 없는 극단적 투명성과 극단적 사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아이디어 단 하나만 선택해도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스타트업에게 극단적 투명성과 사실 추구가 유익한 영감을 준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중앙포토]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중앙포토]

이를 위해 레이 달리오가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는 ‘열린 마음과 사고’다. 대부분의 꼰대도 본인이 열린 마음과 사고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꼰대 자가 점검표를 제시했다.

꼰대 자가 점검표

1) 꼰대는 자기의 생각과 말에 토 다는 것을 불허한다
2) 꼰대는 질문에 앞서 자신의 생각을 먼저 말한다
3) 꼰대는 자기가 이해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4) 꼰대는 자기가 틀릴 리 없다고 믿는다 

이 중 하나만 해당돼도, 당신은 꼰대일 가능성이 높고, 불행히도 꼰대가 되는 순간 당신의 사업은 망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고, 시장조사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이 옳아야만 한다는 절대적 사명감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무슨 의견을 말해도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바로 꼰대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열린 마음의 균형이 필요하다.

사실 돈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은 큰 실수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우선순위에 대한 감각은 물론이고
집단의 창의성도 상실하는 것이다.
성공은 수익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출 때 저절로 따라온다.
- 달렌 피터슨, ‘청소의 기적’에서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jkim@ampluspartners.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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