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천원숍' 불황 속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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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전주시 고사동에 위치한 '온리 원(ONLY ONE)'매장. 이곳에서 취급하는 모든 제품은 한개에 무조건 1천원이다. 대부분의 상점들은 경기불황으로 손님이 없어 울상인데 이 가게에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한 손님은 장바구니에 커피포트는 물론 공구세트.옷솔 등 생활 필수품과 학용품을 가득 구입했는데도 카운터에서 지불하는 값은 2만원선에 그쳤다.

온리 원을 자주 찾은 주부 김현미(32)씨는 "4만원을 들여 공책.연필.칼.지우개 등 두 자녀가 한 학기 동안 쓸 학용품을 구입했다"며 "제품의 품질도 괜찮고 값도 저렴한 편이어서 웬만한 생활 필수품은 이곳에서 사 쓰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불경기에 온리 원 매장이 전북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주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온리 원은 2001년 12월 처음으로 고사동에 1호점을 열었다. 지난 8일엔 군산점을 개설하는 등 매장이 일곱 곳으로 늘었다.

음식물을 빼곤 거의 모든 생활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시계.문구.팬시 등 2만여 가지가 진열됐다. 시판하는 제품은 국내 기업은 물론 중국.일본 등지에서 수입해 조달한다.

전주 고사점의 경우 하루 매출액이 2백여만원이다. 장사가 잘 되는 내로라하는 음식점과 매출이 맞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온리 원이 급성장하는 것은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값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층은 초.중.고생들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회사 안성은 팀장은 "제품 대부분을 제조업체와 직거래하거나 중국.일본 등지에서 직수입해 유통 마진을 없앴기 때문에 가격을 1천원으로 일원화할 수 있었다"며 "품질 문제를 제기하는 손님들에겐 언제든지 환불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대 학교법인이 '온리 원' 사업에 나선 것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학 재정이 쪼들렸기 때문이다. 온리 원은 지난 한해 동안 각 점포에서 벌어들인 이익금 중 1억원을 대학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강영중 대표는 "수익금 대부분은 대학 육영사업에 쓰인다"며 "독자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 공장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63-227-4111.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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