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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0대 기업, 20년 사이 ITㆍ금융 등 ‘비굴뚝’으로 재편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년 새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이 정보기술(IT)ㆍ서비스 업종 위주로 재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의 명단도 절반이 ‘물갈이’됐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1996년과 2016년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96년엔 자동차·일반제조·조선 등 '중후장대·굴뚝' 중심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기술집약적 구조로 한국산업 전환

1996년과 2016년의 100대 기업을 비교해보면 국내 산업과 재계의 지형 변화를 읽을 수 있다. 1996년의 100대 기업에는 석유화학(13개), 자동차(10개), 건설(9개), 일반제조(8개), 조선·기계(7개) 등 이른바 중후장대·굴뚝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이 총 53곳이었다. 100대 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8%였다. 이들이 제조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세계로 수출했던 무역·상사 업종도 9곳으로, 매출 비중은 25.8%나 됐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산업 구조조정으로 회사가 몰락하거나 다른 기업에 흡수합병되면서, 20년 전 100대 기업 가운데 50곳은 다른 기업에 순위를 내줬다. 1996년 매출액 1위였던 삼성물산은 2016년 15위로, 3위였던 대우(현 포스코대우)는 27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20년 전 2위였던 현대종합상사와 5위였던 LG상사는 아예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2016년 한국 100대 기업에는 첨단 기술과 정보통신을 필두로 한 IT업종과 서비스·금융 등 이른바 ‘비(非) 굴뚝’ 산업이 포진했다. 전자통신 업종은 20년 전 10곳에서 12곳으로 늘었고, 매출액 비중은 12.6%에서 23.8%로 거의 두배로 불었다. 삼성전자(1위)·LG전자(4위)·삼성디스플레이(8위)·LG디스플레이(9위) 등이 세계 최고수준의 IT기업으로 발돋움하며 빠르게 성장한 결과다.

한국 경제의 덩치가 커지면서 서비스·금융 등 내수산업도 몸집이 불어났다. 서비스·유통 업종은 20년 전 5곳에서 지난해 12곳, 금융업종은 같은 기간 21곳에서 32곳으로 늘었다. 반면 중후장대·굴뚝산업 업종은 총 39곳, 무역·상사 업종은 2곳으로 줄었다.

이는 한국 산업이 저부가가치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서비스 ·소비재 산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인건비·물류비 상승과 전세계 공급과잉 등으로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산업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며 “대신 첨단 IT산업이 수출을 이끌고, 서비스 산업이 내수를 밀어주면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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