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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 작전명 '붉은 여명', 그리고 로켓맨의 운명은?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5일 합동참모본부는 가상의 '참수작전' 영상 등을 공개했다. 이날 군 당국은 유사 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데 동원할 우리 군의 전략무기 발사 장면을 대거 공개했다. 사진은 미사일 공격을 받아 평양 김일성광장이 초토화되고 인공기가 불타는 장면. [사진 합참 제공=연합뉴스]

지난 7월 5일 합동참모본부는 가상의 '참수작전' 영상 등을 공개했다. 이날 군 당국은 유사 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데 동원할 우리 군의 전략무기 발사 장면을 대거 공개했다. 사진은 미사일 공격을 받아 평양 김일성광장이 초토화되고 인공기가 불타는 장면. [사진 합참 제공=연합뉴스]

오늘은 그동안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던 군사 이야기를 한번 꺼내 볼까 합니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미국 '참수작전'의 모든 것 (상)

요즘 국제사회가 가장 주시하는 건 다름 아닌 ‘핵 망나니’ 북한이겠죠. 북미 간에 섬뜩한 말들이 자주 오가는 하수상한 시기입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1일 유엔총회에서 ‘완전 파괴’까지 언급했습니다. 미군이 북한의 핵 야욕을 꺽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선택지'들이 다시 한번 주목 받는 이유겠죠.
그렇다면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대북 군사옵션 중 가장 강력한 '한 방'은 무엇일까요? 군사옵션은 실현 가능할 때에 비로소 의미가 있고, 이는 미군이 실제로 그같은 군사작전을 실행해봤다는 뜻일 겁니다.

미군이 실시한 가장 최근의 군사공격은 지난 4월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 비행장에 대한 토마호크 함대지 순항미사일 공격이었습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이 독재국가나 테러조직을 상대로 가장 즐겨 써온 수법은 다름 아닌 적의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입니다.
미사일 공격으로는 비행장·미사일 기지 등 각종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적의 즉각적인 반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시나리오라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반면 참수작전을 통해 지휘체계를 무너뜨릴 경우 적군의 기능이 일정 기간 마비되거나 혼선을 빚을 수 있고, 전쟁 의지 자체를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효용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특히 테러조직과 같은 체계적이지 못한 소규모 그룹일수록 더 효과적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미군이 육·해·공·해병대의 모든 특수부대를 통합 운용하는 특수전사령부(USSOCOM)를 두고 특수전력을 강화해온 배경이기도 하죠.

'알쓸신세'는 미군이 실제 제거작전을 벌인 대표적인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익히 들어본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의 거물 알 자르카위, 알카에다를 이끈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입니다. 그러나 디테일은 다릅니다. 특수전 전문가인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의 논문 『한국군의 대북참수작전 수행방안: 해외 참수작전 사례의 한반도 적용방안 연구』에 분석된 내용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내용이 좀 길어 두 편에 걸쳐 게재할 예정인데요. 후속편도 기대 바랍니다.

후세인 일가 제거작전(2003)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이었을까요? 사담 후세인과 집권 바스당 핵심 당원 등 이른바 고가치표적(High Value Target·HVT) 55명의 신원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표적 순위 1위는 후세인, 2위와 3위는 후세인의 아들인 우다이와 쿠사이였습니다. 장남인 우다이는 후세인 정권에서 언론계와 체육계를 장악하고 있었고, 차남 쿠사이는 정보·보안당국을 이끌며 후세인 경호까지 책임지는 사실상의 후계자였죠.

사담 후세인(가운데)이 집권 시절 장남인 우다이 후세인(왼쪽), 차남인 쿠사이 후세인(오른쪽)과 찍은 기념사진. [AP=연합뉴스]

사담 후세인(가운데)이 집권 시절 장남인 우다이 후세인(왼쪽), 차남인 쿠사이 후세인(오른쪽)과 찍은 기념사진. [AP=연합뉴스]

이를 위해 미국은 다국적 합동 특수작전 기동부대인 제20기동부대(TF-20)를 꾸렸습니다. 미 육군 최정예 대테러부대인 델타포스와 레인저 대대를 중심으로 미 해군 데브그루(미 해군 특수전개발단, 네이비실 6팀의 별칭), 영국 SAS, 폴란드 GROM 등이 뭉친 ‘드림팀’이었죠.
2003년 5월 1일 미국은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후세인 일가에 대한 추적은 계속됐습니다. 그해 여름 후세인의 두 아들의 위치와 관련한 중요한 제보가 들어옵니다. 이라크 북부 모술 외곽에 있는 한 저택에 두 사람과 쿠사이의 아들이 은신하고 있다는 첩보였습니다.
미군은 먼저 차단선을 구축한 뒤 7월 22일 한낮에 작전을 개시합니다. 확성기로 투항 권고를 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델타포스 대원들이 정문으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표적이 숨어있는 2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가구로 차단돼 있었습니다. 결국 미 101 공수사단이 험비 차량에 장착된 토우 대전차 미사일 10여 발을 저택으로 발사한 뒤에야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델타포스는 저택 진입 이후 미군 공격에 이미 숨진 쿠사이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다시 수색을 통해 부상 당한 우다이와 쿠사이의 아들 무스타파를 찾았지만, 이들은 끝까지 저항하다가 사살됐습니다.

두 아들이 숨진 뒤에도 정작 후세인의 행적은 신출귀몰했습니다. 11차례나 체포작전을 벌였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죠. 그러다가 그해 12월 13일 미군은 후세인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수도 바그다드 시내로 나온 전담 경호원을 붙잡으면서 결정적인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후세인이 고향 티크리트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지역에 숨어 지내고 있다는 겁니다.
미군은 정보를 입수한지 6시간 만에 ‘붉은 여명(Red Dawn)’ 작전이라 이름 붙인 후세인 생포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600명의 병력과 험비 30대, 브래들리 보병 전투차량 25대, 아파치 공격헬기가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미군이 은신 추정 지역을 샅샅이 훑던 중 외딴 농가에서 택시로 보이는 차량과 도주하던 이라크인 2명을 붙잡았습니다.
미군은 이곳을 후세인 은신처를 특정했지만, 후세인이 숨어있는 비밀공간을 찾는 데는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미군이 마당에서 특이한 형태의 파이프를 발견했습니다. 알고 보니 외부에서 지하로 공기를 보내기 위한 환풍구였습니다. 파이프 주변을 들춰내자 스티로폼 덮개가 나왔고, 이를 열자 비좁은 지하통로가 이어졌습니다. 미군이 안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겠다고 위협하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한 남자가 영어로 “나는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다.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며 투항했습니다.

2003년 12월 13일 사담 후세인이 고향 티크리트 인근 지역에 은신해 있다가 미군에 생포된 직후의 모습. [EPA=연합뉴스]

2003년 12월 13일 사담 후세인이 고향 티크리트 인근 지역에 은신해 있다가 미군에 생포된 직후의 모습. [EPA=연합뉴스]

체포된 후세인은 헬기로 미군 비밀기지로 압송됐습니다. DNA 검사를 거쳐 신원을 최종 확인한 미국은 그를 교도소에 가뒀습니다. 이후 후세인은 시아파 마을 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2005년 이라크 특별법원에 기소됐고, 이듬해 12월 교수형이 확정돼 사형선고 4일 만에 처형됐습니다. 후세인은 당시 법정에서 “차라리 총살형을 받겠다”고 난리를 떨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양욱 연구위원은 후세인 참수작전과 관련해 “후세인의 위치 정보를 얻은 시점에서 24시간 내에 작전이 수행됐다"며 "참수작전의 역량이 정보·정찰·감시능력에 달려있다는 점을 실증한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알 자르카위 제거작전(2006)

요르단 출신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테러계의 레전드’라고 할 만 합니다.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항하는 지하드 참전을 계기로 극렬 테러분자가 된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인물이죠. 외국인 테러리스트를 집중 양성하는 한편 2004년엔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해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라는 프랜차이즈 테러조직까지 만든 거물이었습니다.

2003년 2월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조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프리젠테이션 자료 중 조직 구성표. [AP=연합뉴스]

2003년 2월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조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프리젠테이션 자료 중 조직 구성표. [AP=연합뉴스]

비이슬람교도를 사냥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으며 25차례에 걸친 무차별 폭탄테러를 성공시킨 악랄한 테러리스트였습니다. 인질을 붙잡아 참수 장면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하는 극악무도한 수법은 AQI의 후신인 이슬람국가(ISIS)에서도 그대로 자행되고 있죠. 2004년 AQI에 의해 희생된 인질 중에는 한국인 통역관 김선일 씨도 포함돼 있습니다.
후세인 제거작전에 성공했던 미군의 다음 목표는 다름 아닌 자르카위였습니다. 그의 목에 걸린 현상금은 무려 2500만 달러(2004년 당시 약 270억원), ‘테러왕’ 빈 라덴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자르카위가 이라크 민중의 지지를 받는 탓에 그의 행적에 대해선 위치 첩보조차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결정적인 정보를 포착한 곳은 미국이 아닌 요르단 정보국이었습니다. 요르단 정보국은 자르카위의 영적 스승인 셰이크 아부드 알 라흐만의 위치를 포착해 미국에 제공했습니다. 이후 미군은 감시정찰(ISR) 자산을 총동원해 라흐만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6년 6월 7일 자르카위와 라흐만이 바그다드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만날 것이란 통화내용 감청에 성공했죠.
미군은 마을 외곽에서 자르카위에 대한 공격 준비를 마친 뒤 접선장소에 델타포스 정찰조 4명을 투입했습니다. 45분간 회동한 뒤 자르카위가 자리를 떠나려는 것을 알아차린 델타포스 대원들은 자르카위를 생포하기엔 병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지휘부 역시 생포가 어렵다고 보고, 최종 공습을 결정했습니다.

미국 공군 F-16 전투기가 AGM-88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국 공군 F-16 전투기가 AGM-88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에 따라 인근 상공에서 초계임무 중이던 F-16C 전투기 2대에게 임무가 하달됐습니다. 정작 전투기 조종사들은 누구를 공격하는지는 몰랐다고 합니다. 정찰조가 레이저 지시기(SOFLAM)로 테러분자들이 모인 가옥을 표시하자 전투기 1대가 GBU-12 정밀 유도폭탄 1발을 투하해 명중시켰습니다. 이어 완파를 목표로 GBU-38 JDAM(합동직격탄) 1발을 추가로 발사했습니다. 집 안에 있던 자르카위의 아내와 자식, 라흐만 등 5명이 즉사했습니다. 자르카위는 어떻게 됐을까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라크 경찰이 자르카위를 확인한 결과 숨이 붙어 있었습니다. 미군은 헬기로 응급 이송했지만 그는 50분 뒤 숨을 거뒀습니다.

2006년 6월 8일 미군이 공개한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사망 직후 사진. [중앙포토]

2006년 6월 8일 미군이 공개한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사망 직후 사진. [중앙포토]

미군은 자르카위 제거작전을 하는 동안 AQI 조직원 등 32명을 사살하고 178명을 생포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이 작전은 또 다른 재앙의 불씨를 남겼습니다. 살아남은 AQI 잔존파들이 시리아 내전을 이용해 ISIS로 급성장한 겁니다. 그리고 2010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자 이들은 다시 이라크로 돌아왔습니다.
자르카위의 유령은 지금도 전 세계, 특히 유럽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의 사후 그의 부하들이 만든 ISIS가 ‘외로운 늑대’를 양성해 유럽 곳곳에서 테러를 일삼고 있으니 말입니다. @ 그럼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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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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