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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파종시기 알려주고, 지하 33m서 LED 재배 … 애그리컬처 4.0 시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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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농부들은 인공지능(AI)이 알려 주는 시기에 맞춰 씨를 뿌린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6월 중순께 파종을 시작했지만 최근엔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파종시기가 더는 적합하지 않게 됐다. AI 컴퓨터는 수집된 흙의 상태, 기상 데이터 등을 분석해 최적의 파종시기를 구해 낸다. 그런 다음 이곳 농부 175명이 가진 스마트폰에다 “올해는 6월 28일에 파종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띄우는 것이다. 여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AI 코타나 인텔리전스 스위트가 활용됐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AI가 알려 준 대로 파종한 결과 평소보다 30~40%가량 수확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IT 접목한 스마트팜 전 세계 확산 #토양·온도 등 재배환경 최적 관리 #미국 “매년 수확량 1.75%씩 증가” #국내 이통사도 축사 등에 IoT 제공

영국 런던에 있는 그로잉 언더그라운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은 지하 33m 깊이의 대피소는 농작물 재배공간으로 바뀌었다. 볕이 들지 않는 곳이지만 발광다이오드(LED)가 햇빛을 대신했다. 1년 내내 LED 조명을 활용해 계절·날씨와 상관없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심 속 소비자들은 집 근처에서 재배된 농작물을 곧바로 공급받을 수 있어 유통 과정에서 붙는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SK텔레콤은 소의 첫째 위(반추위)에 통신 센서를 달아 원격으로 소의 질병을 감지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축사에 적용했다.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은 소의 첫째 위(반추위)에 통신 센서를 달아 원격으로 소의 질병을 감지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축사에 적용했다. [사진 SK텔레콤]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한 ‘애그리컬처 4.0’이 전 세계 농촌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퀄컴·인텔·버라이즌 등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들도 관련 산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필요량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리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애그리컬처 4.0을 이끌어 가는 기술은 주로 AI·사물인터넷(IoT)이다. AI는 토양의 질과 온도, 기후 등 농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학습해 최적의 재배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IoT도 농지 곳곳에 통신 센서를 달아 원격으로 농작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활용된다. 이와 함께 농약·비료 살포용 드론은 이미 출시됐고 자율주행 트랙터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는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미국에선 최근 AI·빅데이터·IoT 기술로 농작물 성장을 모니터링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처방 농업(Precision Agriculture)’이 급부상 중이다. 농장 전체에 가축의 위치 추적, 토질·작물 성장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센서와 비콘 등을 설치한 뒤 체계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농부에게 공급해 주는 것이다. 농업용 IoT 플랫폼업체 온팜은 “미국은 스마트 농업 도입으로 수확량이 매년 1.75% 늘었고, 에너지 소비량은 헥타르(ha)당 13달러에서 7달러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한국도 농업과 ICT를 융합한 스마트팜 사업을 적극 키우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스마트 온실은 60㏊에서 1143㏊로 늘었다. 같은 기간 스마트 축사도 30개에서 234개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 정부는 2020년까지 한국의 스마트팜 운용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농업에 IT기술 결합하는 기업들

농업에 IT기술 결합하는 기업들

민간 기업 중에선 신기술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이동통신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축사·양식장·비닐하우스 등에 IoT 전용망이나 롱텀에볼루션(LTE)망을 설치해 온도·습도·산성도 등 수집된 데이터를 농장주에게 전달한다. 특히 SKT는 소의 첫째 위(반추위)에다 통신 센서를 달아 원격으로 질병을 감지하는 기술을 지난 7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차인혁 SKT IoT사업부문장은 “IoT 기지국을 축사뿐 아니라 차량·도축장 등에도 달아 소의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중국·미국·호주 등 소 사육이 많은 국가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업과 IT의 융합은 계속 확장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인사이더인텔리전스(BI)는 전 세계 농촌에서 2020년까지 매년 7500만 대의 농업용 IoT 기기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년 20%씩 IoT 기기 도입량이 늘어나리란 관측이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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