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8억 클릭 ‘상어가족’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김호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호정 문화부 기자

김호정 문화부 기자

지난달 드디어 8억이 넘었다. 2분짜리 노래 동영상 ‘상어가족’이 2015년 11월부터 2년 동안 받은 클릭 수다. 아기 상어로 시작해 아빠·엄마·할머니·할아버지까지 나오는 애니메이션 위로 노래가 흐른다.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귀여운~ 뚜루루뚜루. 아기 상어~.” 끝까지 이런 식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상어 가족 5마리를 소개하고 끝난다. 중간에 상어를 피해 도망가는 내용이 잠깐 나오긴 하지만 도망치는 게 누군지 주어가 불분명하고 특별한 스토리라 보긴 힘들다.

왜 이렇게 인기일까. 5세 이하 아이들이 열광하는 건 물론, 어른도 좋아한다. 대통령 선거 때는 상어 대신 후보들이 주인공인 패러디 영상이 나왔다. 크리스마스·핼러윈 같은 시즌마다 재해석된 버전도 인기를 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베이비 샤크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각종 패러디 영상을 자발적으로 올려 지난달 전체 클릭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노래가 대단한가? 사실 노래라 하기도 싱겁다. 다섯 개 음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하는 음계 정도다. 제작사인 스마트스터디는 ‘상어가족’의 원곡이 영미권에서 구전되는 민요였다고 설명한다. 후렴구의 ‘뚜루루뚜루’는 단순한 음 두 개일 뿐이다.

‘상어가족’보다 귀여운 영상, 드라마틱한 이야기, 기발한 멜로디, 재치 있는 리듬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왜 ‘상어가족’은 ‘뽀로로’를 위협하고 ‘강남스타일’을 넘보며 ‘마카레나’에 버금가는 열풍을 일으키고 있을까?

왜 음악인가

왜 음악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비결은 ‘틀’ 혹은 ‘판’이다. 내용을 꽉 채워서 보여주는 대신 틀과 판만 깔아 줬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무엇이든 첨가할 수 있고 바꿀 가능성도 많은, 헐렁한 콘텐트였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뚜렷한 주제를 잡고 의미를 부여해 완성작을 대중 앞에 내놓던 시대는 끝나 간다. 관객은 연극의 결말에도 관여하고, 음악회의 프로그램 선정에도 참여하고 싶어한다. 피아니스트 두 명이 무대 위에서 같은 곡을 치면 청중이 한 명을 고르는 공연도 나왔다. 이제는 사람들이 잘 놀도록 판만 만드는 게 감각이다.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상어가족’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김호정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