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MB 국정원 초기까지 다 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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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개혁위)가 25일 수사 의뢰를 권고한 ‘정치인ㆍ교수 제압 활동’ 내용에 이명박 정부 초기의 국정원 활동이 다수 포함되면서 검찰의 수사 범위는 더 넓어지게 됐다.

개혁위 발표 자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인 2009년 중순부터 반(反)정부적 성향의 정치인·교수를 상대로 전개된 당시 국정원의 활동 내용이 담겼다. 이미 수사 중인 ‘박원순 제압 문건’과 ‘MB 블랙리스트’ 에서 수사 대상과 기간이 더 확대됐다. 개혁위 관계자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이 단지 2012년 대선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각계를 겨냥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의뢰 내용을 분석한 뒤 26일 소환하는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야당을 비난하는 활동은 기존 혐의와 겹치는 부분이 있겠지만, 여권내 반MB로 분류된 정치인이나 교수 등에 대한 제압 활동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새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 자료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등이 압박 활동의 대상으로 적시됐다.

검찰의 ‘윗선’ 수사도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는 “청와대(민정·홍보·기획비서관리비서관)에서는 지방선거·총선 등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인물세평·동향정보 수집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인 대상 댓글 등 직접 비방 사실을 확인되지 않았으나 원 전 원장이 전(全)부서장 회의 등에서 야권 및 특정 정치인과 선거 관련 대응 활동을 수시로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개혁위는 또 “원 전 원장 등의 정치관여 및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해 수사의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업무상 횡령은 공소시효가 10년으로 국정원법 위반(7년)보다 넓다. 이명박 정부 초기 국정원 활동도 수사 대상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거론된 정치인·교수에 대한 국정원의 활동에서 국정원 예산이 전용됐는지 살펴볼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진상 규명 차원에서 모든 사안을 다 규명한다는 원칙으로 수사에 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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