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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피사의사탑’ 주위 건물도 기우뚱…허술한 건축기준 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D 오피스텔이 45cm 기울어져 있는 것이 육안으로도 확인된다. 이은지 기자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D 오피스텔이 45cm 기울어져 있는 것이 육안으로도 확인된다. 이은지 기자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9층짜리 D오피스텔 건물이 45cm가량 기울어진 가운데 주위 또다른 건물 2채가 기울어지고,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울어진 건물 있는 하단동 일대는 매립지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기울어짐 현상 #공사 강행한 업자와 사하구청의 허술한 관리가 빚은 참사 #최인호 의원 “기울어진 건축물 붕괴시켜야”

25일 찾은 하단동 D오피스텔은 옆으로 45㎝ 기울고, 기초바닥이 30㎝ 꺼져 있어 건물이 붕괴될 처지에 놓여 있다. 올해 초 완공돼 지난 2월 사용검사(준공) 승인을 받아 16세대가 입주했다.건물 기울기가 1/150을 초과하면 건물 사용이 제한되는데 D 오피스텔은 이보다 5배 심각한 1/30 수준이어서 지난 19일 16세대 모두 대피한 상태다. 그런데도 D 오피스텔 바로 옆에는 신축건물 공사가 한창 진행돼 10여명의 인부들이 공사를 하고 있다.

게다가 D오피스텔에서 20m 떨어진 5층짜리 빌라와 100m 떨어진 5층짜리 오피스텔도 맨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기울어져 있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D 오피스텔과 20m 떨어진 건물로 육안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은지 기자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D 오피스텔과 20m 떨어진 건물로 육안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은지 기자

이날 하단동에서 만난 이덕행(61)씨는 “1970년대까지 하천이 흘렀던 곳인데 1980년 개발사업을 하면서 매립했다”며 “1~2층짜리 주택이 있을 때는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개발붐이 불면서 5층~10층짜리 오피스텔이 들어서면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서 6대째 거주하고 있다는 이모(61) 씨는 “D 오피스텔 땅이 매립지였다는 것을 사하구청이 뻔히 알면서도 대충 허가를 내줘 이 꼴이 났다”며 “한평생 이곳에서 살아왔는데 ‘떠나야 하나’라는 생각에 화가 치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복수(64) 씨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복수(64) 씨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지난해부터 사하구 하단동 일대에 건물 신축공사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지역 주민들 또한 늘고 있다. D 오피스텔 인근에 있는 4층짜리 건물에 사는김복수(64) 씨는 “지난해 7월 바로 옆에 10층짜리 건물이 들어서면서 퍼타기 공사할 때 지하수를 엄청나게 퍼내더니 그 이후로 우리 건물에 금이 가고 물이 새기 시작했다”며 “지난 9월 사하구에 260mm 폭우가 내렸을 때 6시간 동안 물을 퍼낼 정도로 침수됐고, 결국 지하 1층 노래방은 폐쇄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옆 건물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사태는 연약지반인 것을 알면서도 공사를 강행한 시공업자와 공사 과정에서 문제를 보고 받고도 강행한 건축업자, 건물 감리를 해준 감리사, 주민들의 민원이 지난해부터 빗발치는데도 건축 허가를 내준 사하구청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갑)은 25일 오후 3시 9층짜리 D 오피스텔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일대는 매립지로 지하 17m까지 펄인 연약지반이어서 건물이 기울어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사하구청이 매립지에 맞는 건축허가 기준을 마련해야 했는데 이를 무시해서 벌어진 참사”라고 지적했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D 오피스텔과 100m 떨어진 건물로 육안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은지 기자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D 오피스텔과 100m 떨어진 건물로 육안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은지 기자

최 의원은 또 “D 오피스텔은 지난해 10월경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면서 기울어짐 현상이 나타나 3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됐는데도 결국 지난 2월 준공 허가가 떨어졌다”며 “시공사와 감리사의 무대책, 먹튀하려는 건축업자, 감독관청인 사하구청의 무관심이 얽히면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D 오피스텔은 보강공사가 불가능한 상태로 붕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부산 사하구청은 D 오피스텔과 일대 기울어진 건물, 지반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사하구 관계자는 “건축 허가 전 대지나 공법의 안정성과 관련한 부분은 민간 건축사가 검증을 하고 있다”며 “건물이 안전한 설계와 공법으로 지어졌는지 건축사 등을 상대로 조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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