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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출범 국정교과서 조사위…위원 구성두고 벌써부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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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5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제1차 정기회의를 진행한다.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한지 7개월 만이다. [중앙포토]

교육부는 25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제1차 정기회의를 진행한다.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한지 7개월 만이다. [중앙포토]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따져 볼 교육부 산하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25일 출범한다. 하지만 위원회 명단을 두고 벌써부터 “중립적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과 “적절한 구성”이라는 지지가 엇갈리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 25일 출범 #정책 결정·집행 과정, 예산 사용 위법행위 조사 #고석규 전 목포대 총장이 위원장 맡아 #역사학자·법조인·교사 공무원 등 15명 #“각 분야 전문가로 적절히 구성” 의견 있지만 #“좌편향된 위원들로 마녀사냥식 조사” 우려도

 교육부는 25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제1차 정기회의를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위원회 운영계획과 주요 과제를 확정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밝힌 위원회 명단에 따르면 위원장은 고석규 전(前) 목포대학교 총장이 맡는다.

 학계에서는 양정현 부산대 교수, 지수걸 공주대 교수, 정용숙 중앙대 교수가 참여하고 김육훈 서울독산고 교사, 백옥진 파주 해솔중 교사가 교원대표로 위원을 맡는다. 법조계에서는 이영기 변호사(법무법인 자연), 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일현) 등이 참여한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위원회는 우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위법 또는 부당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 교과서 편찬 예비비 등 관련 예산의 편성과 집행이 적절했는지, 행정조직의 구성·운영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따져본다.

 조사 결과 위법 사안이 발견되면 처리 방안을 심의하고, 향후 재발 방지 대책 연구까지 맡는다. 교육부는 또 조사 내용 등을 모두 모아 내년 2월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백서(가칭)’를 낼 계획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교육부문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적 갈등을 봉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위에 참여하는 위원들에 대한 교육계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조사위가 대부분 진보성향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편향된 조사가 이뤄질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학계 대표인 양정현 부산대 교수(역사교육)는 지난해 부산시교육청 교단지원자료 개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위원회는 국정화 작업을 강행 중인 교육부와 청와대에 맞서 부산시교육청이 보조 교재를 제작하기 위해 결성됐다. 또 교원 대표인 김육훈 서울 독산고 역사교사도 전북교육청 역사 보조교재 개발에 참여했다.

 시민단체 위원은 두 사람 모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크게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참여연대)는 2016년 역사학자 561명과 함께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는 성명을 냈고,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근현대사기념관장은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저지넷) 정책위원장으로 일했다. 저지넷은 진보 성향의 역사학계 30개 단체와 함께 국정교과서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법조계 위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해 온 김영준·이영기 변호사는 올해 초 발생했던 문명고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관련 법적 소송에서 연구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변호를 맡았었다. 저지넷과 민변은 지난달 17일 국정 역사교과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대표는 “위원 대부분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격렬히 반대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렇게 구성된 조사위가 객관적 중립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잘잘못을 가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역사교과서에 찬성했던 사람들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려면 조사위부터 가치중립적으로 구성돼야 한다. ‘과거 정권에서 진행한 것은 무조건 적폐’라는 프레임에 갇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도면회 대전대 역사학과 교수는 “역사 교과서는 MB정부 때부터 10년 넘게 이어져 온 문제로 중립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며 “현재 위원들의 면면을 보니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제대로 밝혀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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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에서는 불과 몇 달 전까지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전력 추진해온 교육부가 직접 진상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도 나온다.

 고1 자녀를 둔 김모(47·서울 대치동)씨는 “교육부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국정교과서를 추진할 때는 언제고, 정권 바뀌니까 이제 와 진상을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전민희·정현진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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