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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전 대표 구속 땐 ‘정·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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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하성용(66·사진) 전 대표에 대해 2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비자금·분식회계·채용비리 혐의 #이르면 오늘 영장실질심사 #최근 관련자 영장 줄기각이 변수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가 하 전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는 분식회계 관여(자본시장법 위반 등)와 비자금 조성(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채용비리 관여(뇌물공여·업무방해) 등이다.

지난 7월 14일 검찰이 KAI 서울사무소와 경남 사천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지 69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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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KAI가 군납 무기들의 원가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다목적 헬기인 수리온,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개발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최소 수백억원대를 챙겼고, 이 과정에서 하 전 대표 등 경영진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하 전 대표의 측근과 협력업체들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하 전 대표와 같은 ‘대우중공업 출신’인 본부장 3명을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하고 회사 자금줄과 인사권 등을 이용해 비리 구조를 만들었는지 조사 중이다.

일부 협력업체들은 하 전 대표의 ‘비자금 창구’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 전 대표 측근들이 운영하는 협력사 5곳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 지난 7월 진행됐다. 검찰은 최근 하 전 대표가 T사를 위장 협력사로 차려놓고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6억원대의 T사 지분을 차명으로 취득했다는 진술을 관련 업체 대표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지난 7월 20일 이후 본부장급 임원들부터 실무자들까지 줄줄이 소환해 조사하면서 수천억원대의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혐의를 포착했다.

이라크 공군기지 재건 사업과 한국형 전투기 사업 등에서 분식회계를 벌인 혐의와 함께 군 장성과 언론사 간부, 지자체 고위 공직자 등의 자녀들을 KAI에 부정 입사시킨 혐의도 적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채용 실무 담당 간부로부터 하 전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 전 대표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22일 열린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가 구속될 경우 대표직 연임 로비 등 추가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정·관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는 적지않은 난제도 있다. 법원과의 영장 기각 갈등을 겪으면서 청구된 KAI의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된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회계장부 파쇄를 지시한 박모 개발사업관리본부 상무의 영장도 앞서 기각됐다. 하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인식 부사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것도 수사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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