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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로 활로 뚫은 횡성한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김영란법 1년, 특산물 거리 가 보니

강원도 횡성의 한 축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한우. 29개월 된 이 한우들은 다음 달 출하된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횡성의 한 축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한우. 29개월 된 이 한우들은 다음 달 출하된다. [박진호 기자]

3·5·10(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으로 상징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지 1년이 됐다. 일부 농어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김영란법 이후 첫 추석 대목이 곧 다가온다. ‘김영란법 혹한기’ 1년을 보낸 농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원 횡성군 한우 식당가 #법 시행후 손님 절반이상 줄어들어 #추석특수 실종 선물세트 주문 급감 #해외로 눈 돌려 홍콩·캄보디아 수출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한우먹거리단지의 한 한우전문식당. 손님들로 붐벼야 할 저녁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에는 남성 두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게 전부였다. 바로 옆에 있는 한우식당도 유명 오락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한때 유명세를 치렀던 곳이지만 네개의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이곳에서 10년째 한우식당을 운영해 온 홍모(38)씨는 “김영란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평일엔 20~30팀, 주말엔 50~60팀의 손님이 몰렸는데 요즘엔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얼마 전부터 7000~1만원하는 식사 메뉴를 선보이고 있지만 김영란법 여파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일부 식당은 업종을 바꾸기 위해 내부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추석때 마다 한우 선물세트 주문만 200~300개에 달했는데 오늘까지 들어온 주문은 3개의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강원도가 지난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도내 5개 브랜드의 한우 선물세트 판매량을 조사 한 결과 2만9121개로 지난해 3만7306개와 비교해 8000개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횡성군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7월 홍콩 수출이 성사되면서 현재까지 10t의 횡성한우를 홍콩으로 보냈다. 최근엔 캄보디아 수출길을 여는 데도 성공해 다음 달 중에 첫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이다. 이밖에도 지난달 18일 2018 평창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대회에 횡성한우를 공식후원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반면 축산농가들은 김영란법 시행에도 정부의 한우 감축 정책으로 인한 사육두수 감소로 높은 가격대가 유지되면서 그나마 생존법을 찾았다. 이날 오후 200여 마리를 한우를 키우는 횡성군의 한 농장에서 만난 김모(50)씨는 “처음엔 농가들 다 죽으니 한우는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빼달라 했는데… 그나마 한우 값이 내려가지 않아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9월 한우의 1㎏당 평균가격은 1만7198원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가격은 1만8812원, 2015년 9월엔 1만834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소폭 하락했다.

지난 6월 기준 전국에 한우를 키우는 농가는 8만3479가구로 사육두수는 265만 4883마리다. 2011년 한우 가격이 폭락했을 당시엔 16만5420가구가 290만4812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김영란법 이후 단기적으로 큰 충격이 있었지만 안정화 단계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소를 키우는데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한우 가격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횡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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