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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딸 '폐 질환 사망'에 주목받는 '죽음의 농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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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안고 있는 생전의 김광석. [중앙포토]

딸을 안고 있는 생전의 김광석. [중앙포토]

가수 고(故) 김광석의 친딸 서연 양이 17살이던 지난 2007년 폐 질환으로 숨졌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이 '죽음의 농약'으로 불리는 농약 그라목손에 주목했다. 그라목손을 마시면 처음엔 멀쩡하다가도 폐가 섬유화하며 질식하듯 죽어가기 때문이다.

20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서연 양은 2007년 12월 23일 오전 5시쯤 경기도 용인의 자택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어머니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으며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오전 6시쯤 사망했다. 경찰 측은 국과수 부검 결과 서연 양이 급성화농성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은 "그라목손을 음식물에 섞어 먹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라목손은 효과가 좋고 가격이 저렴해 농촌에서 많이 사용되던 제초제 농약이다. 그러나 독성이 강하고 해독제가 없어 농민들이 그라목손을 마시고 자살하는 일이 빈번하자 '녹색 악마' '죽음의 농약' 등으로 불리게 됐다.

독극물 중독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 소장 홍세용 교수에 따르면 그라목손을 한 모금 마시면 치료만 잘해도 60~70% 정도는 생존하지만 두 모금만 마셔도 살아나기가 힘들다. 또 병뚜껑으로 한 잔 정도 마시면 처음에는 멀쩡하다가도 하루 이틀이 지나면 폐가 섬유화하면서 질식하듯 죽어간다고 한다. 생맥주 마시듯 마신다면 즉사한다.

결국 2011년 11월 그라목손은 생산이 중단됐고, 2012년 11월에는 보관판매도 금지돼 더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게 됐다. 통계청은 2012년 자살률이 전해에 비해 10% 이상 하락하자 그 원인으로 그라목손 유통 중단을 꼽기도 했다. 그라목손으로 인한 자살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방증해주는 분석이다.

이 그라목손을 이용해 실제로 전 남편과 재혼한 남편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챙긴 주부 노모씨의 범행이 뒤늦게 드러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2011년 노씨는 이혼한 전 남편 김모씨를 찾아가 색깔이 비슷한 알로에 음료수 병에 그라목손을 섞어 냉장고에 넣어뒀다. 술이 덜깬 김씨는 음료수로 착각하고 그라목손을 마셨다가 얼마 뒤 사망했다. 사인은 폐렴이었다.

이후 2013년 노씨는 재혼한 남편 이모씨의 모친, 즉 시어머니에게 그라목손이 든 박카스를 권했다. 시어머니는 그대로 사망했다. 사건 발생 7개월 후, 노씨는 이번에는 이씨의 음식에 조금씩 그라목손을 넣었다. 서서히 죽어가던 이씨는 결국 비특이성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

그저 폐렴으로 인한 죽음이 이어지는 것으로만 여겨질 뻔했던 노씨의 범행은 홍 교수가 그라목손으로 숨졌을 가능성을 알려준 덕분에 드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 측은 국과수가 당시 서연 양을 부검한 결과 약독물 검사에서 기침감기약에 통상 사용되는 성분 외에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망 전부터 감기 증상으로 주거지 인근 의원에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모친의 진술과 진료 확인서,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범죄 혐의점이 없어 내사 종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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