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말과 함께 ‘똥을 누면 돈을 번다’는 새로운 개념을 실현한 변기가 있다. 바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의 과학·예술 융합 프로젝트 사이언스 월든 팀이 개발한 친환경 건강 변기 ‘비비(beevi)’다.
UNIST 개발 ‘비비 변기’ DDP에 27일까지 전시 #물 없이 대변 분쇄해 조리·난방 에너지로 사용 #대·소변에서 당, 대장균 등 분석해 앱으로 알려줘 #대변을 에너지로 이용하는 ‘똥본위화폐’ 실험 일환
유니스트는 이 변기가 21~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 디지털플라자에 전시된다고 20일 밝혔다. ‘2017 서울 생활의 발견-은밀한 공예(空藝)’ 전시의 하나다.
전시되는 변기는 1·2세대 두 종류다. 두 변기는 모두 환경과 건강을 생각한 미래 화장실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작동하는 모델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1세대 비비 변기는 2015년 개발됐다. 이 변기는 양변기 아래쪽에 건조기와 분쇄기가 있어 대변을 가루로 만든다. 이 가루를 미생물 에너지 생산 시설에 넣으면 메탄가스로 바꿔 난방·조리 연료로 쓸 수 있다. 물을 저장할 공간과 배수관이 필요 없어 기존 수세식 변기보다 크기가 작다.
이 변기 디자인에 참여한 조은호(27) 유니스트 융합경영대학원 학생은 “화장실을 뜻하는 토일렛(toilet)의 어원인 프랑스어 뚜왈렛(toilette)은 화장을 고치는 장소라는 뜻”이라며 “화장대의 의자가 연상되게 유선형으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변기는 앉았을 때 상체와 다리의 각도가 배변에 가장 유리하다는 35도가 되게 설계됐다.
지난 8월에 개발된 2세대는 기능이 향상됐다. 건조기와 분쇄기를 없애고 대변을 진공으로 빨아들여 에너지 생산시설로 바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물 0.5ℓ가 필요하다. 일반 변기에 들어가는 물 12ℓ보다 훨씬 적은 양이다. 이 변기에는 자외선램프가 설치돼 변기 내부와 앉는 부분을 살균·소독해준다. 또 대·소변을 분석하는 바이오 센서가 장착돼 건강 상태를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다.
대·소변을 보면 실시간으로 변기가 성분 등을 분석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사이언스월든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조재원(54) 유니스트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소변의 산·염기도(PH), 당, 단백질 등을 분석해 당뇨나 고혈압 같은 병의 징후를 알 수 있고, 변기 속 장치가 대변을 떼내어 대장균 등을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다만 소변은 실시간 검사가 가능하지만 대변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내년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함께 갑상선 이상 징후를 알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스트는 2세대 비비 변기를 내년 2월 과학과 일상을 접목한 캠퍼스 안 실험실 ‘과일 집’에 설치할 계획이다.과일 집은 에너지 생산 시설을 갖춰 대·소변으로 보일러를 돌리거나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사이언스월든팀은 2015년부터 인분(人糞)을 바이오에너지로 바꾸고 그 가치만큼 화폐로 사용하는 ‘똥본위화폐’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2년까지 5년 동안 이 연구에 연구비 1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