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권해효 출연 차단" 국정원, SBS에도 캐스팅 배제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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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배우 김규리, 권해효. [중앙포토]

왼쪽부터 배우 김규리, 권해효. [중앙포토]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KBS, MBC 등 공영방송에 이어 민영방송인 SBS에까지 정부 비판적인 연예인의 출연 차단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 TF(태스크포스)'는 SBS에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든 연예인의 출연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2010년 3월, 국정원 TF는 SBS 측에 '배우 김규리(김민선)의 출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허모 드라마국장과 김모 총괄기획 CP가 캐스팅 배제를 약속했다"는 조처 결과를 수뇌부에 보고했다. 김규리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광우병 걸린 소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 사회를 봤던 배우 권해효도 타깃이 됐다. 2010년 1월 TF는 "허모 드라마국장과 김모 총괄기획 CP를 통해 '제중원' 배역 축소와 새로운 드라마 편성 시 사전 배제를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제중원의 연출을 맡은 홍창욱 SBS 드라마 PD는 이날 'PD저널'을 통해 "실제 윗선으로부터 권해효 캐스팅 배제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홍 PD는 "(권해효와)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허모 드라마국장이 나를 불러 '(권해효를) 빼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말하기 좀 그렇다' '다 알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도 "권해효‧김규리의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내부에서 나왔던 이야기"라며 "2010년 당시에 국정원 IO(정보담당관)가 사장실부터 시작해서 회사를 맘대로 돌아다녔다. 나도 그렇고, 보도국 웬만한 기자들이 그 국정원 직원 이름을 알 정도"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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