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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치매도 장기요양 혜택 …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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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치매 체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치매 체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경증 치매 노인이 늘어나고 전국 보건소마다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치매 국가 책임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치매 국가 책임제 시행을 발표한 이후 석 달 만에 세부안이 나왔지만 진전된 내용이 별로 없는 데다 치매 환자가 기대해 온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지부 ‘치매 국가책임제’ 계획 발표 #요양등급 완화해 경증환자 돕기로 #재가 환자의 기저귀 비용도 지원 #“6월 대통령 발표 뒤 진전 내용 없어 #건보처럼 한 해 환자 부담금 정해야”

그동안 신체 기능에 큰 문제가 없는 상당수 경증 치매 노인은 장기요양서비스(치매 환자 수발, 인지기능 훈련 등)를 받지 못했다.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신체기능 평가에서 1~5등급이 나와야 하는데, 경증 환자는 여기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광주광역시 북구에 사는 75세 노인 A씨는 최근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서 버스에서 제때 내리지 못하고 종종 가방을 잃어버리곤 한다. 경증 치매이긴 하지만 신체가 건강하다는 이유로 1~5등급에 들지 못했다. 부인이 혼자서 힘겹게 A씨를 돌보고 있다.

정부는 경증 치매 환자를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에 포함하기 위해 2014년 치매특별등급(현재 5등급)을 도입해 5만 명을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기준이 까다로워 3만 명 정도만 증가했다. 그래서 이번에 5등급 기준을 완화하거나 6등급을 만들어 추가로 경증 환자에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김혜선 복지부 요양보험제도과장은 “새로 등급을 받는 환자는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집에서 보호하되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치매 악화를 막는 인지 활동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간호사의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몇 명을 추가로 대상자로 넣을지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252개 보건소엔 올 연말까지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된다. 추가경정예산 1230억원을 사용한다. 이 센터에는 치매 환자와 가족이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때까지 3~6개월 이용하는 단기쉼터와 카페가 들어선다. 등급이 나오면 주간·야간 보호시설(경증)이나 입소시설, 요양병원(중증) 등으로 연결한다.

재가(在家) 치매 노인이 사용하는 기저귀 비용(월 6만~10만원)도 지원된다. 지금은 요양원 입소 환자만 지원된다. 모든 재가 환자(지난해 말 기준 32만 명)한테 지원하지는 않는다. 어느 선까지 지원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 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치매 환자에게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처럼 한 해 환자 부담금 상한을 설정하는 제도이다. 현재 요양원 환자는 장기요양보험 적용 서비스 비용의 20%, 재가 환자는 15%를 낸다. 요양원 환자는 매달 약 36만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여기에다 상급병실·이발·미용·간식·식재료비 등의 비보험 비용을 합하면 월평균 70만~80만원이 든다.

김호중 한국노인복지중앙회 본부장은 “6월 대통령 발표에서 진전된 게 없어 실망스럽다. 환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적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장기요양보험도 본인부담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안심센터는 예산으로 추진한다. 장기요양 대상자와 혜택을 늘리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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