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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면 쏴 죽여버리겠다”…CNN이 전하는 북한 어린이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 CNN이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특별 타큐멘터리를 보도했다.
CNN은 지난 16일 오후 9시 첫 방송을 시작으로 17일 오전과 오후 ‘미지의 국가:북한 속으로’라는 제목의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내 보냈다. 18일 자정과 오후 6시에도 방송될 예정이다.

15일간 북한 취재, 주민들 미국에 대한 적개심 등 담아 # “미사일 발사 통쾌”“미국, 왜 우릴 괴롭히나” # 북 주민들 "노동신문 100% 믿는다"..CNN “북한엔 가짜뉴스 없다”

윌 리플리 등 CNN취재팀 3명은 지난 여름 북한을 15일간 방문해 평양 뿐만 아니라 정전과 식량난이 빈번한 시골 마을과 가정집, 미사일 발사지인 원산 등을 둘러봤다. 또 남쪽으로는 비무장지대(DMZ), 북쪽으로는 백두산의 모습까지 화면에 담았다. 특히 미국인과의 인터뷰를 허용하지 않던 북한 당국은 이번 취재에 주민들의 인터뷰를 허용했다.

총싸움 비디오게임을 하는 북한 소년들을 취재하는 CNN기자. [CNN캡쳐]

총싸움 비디오게임을 하는 북한 소년들을 취재하는 CNN기자. [CNN캡쳐]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북한 주민들은 미국인에 대한 적개심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긍지를 드러냈다.
리플리 기자가 원산에서 만난 14∼15세 소년들은 총을 쏘는 비디오게임을 하고 있었다. 소년들은 “적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놀이가 가장 좋다”며 ‘누가 적이냐’는 질문에는 “미국인”이라고 답했다. 리플리 기자가 “내가 만약 미국인이라면 나를 쏘겠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망설임없이 “네”라고 답했다. 취재진이 만난 소년들은 언젠가 군에 입대해 미국과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년들은 “미국이 우리를 침탈하고 학살했고, 생매장했다”고 말했다.

CNN은 “순박한 모습을 한 북한 주민들이지만 하나같이 미국에 대한 깊은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고 북한 정권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원산에서 만난 한 북한 남성은 “미사일이 올라가는 모습을 다 봤다. 정말 통쾌하다. (미사일 발사를) 긍지로 생각한다”면서 “미사일은 방위 차원에서 발사하는 것인데 미국은 왜 제재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리플리 기자는 황해북도에서 만난 한 여성 농부에게 “북한을 나가 다른 어느 나라로 갈 수 있다면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여성은 “미국 땅에 한번 가보고 싶다”며 “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우리를 이렇게 괴롭히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노동신문에 나온 것을 전부 믿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린 100% 믿는다”고 답했다. CNN은 “북한에 누구한테 물어봐도 똑같이 답할 것”이라며 “북한엔 ‘가짜뉴스’가 없다”고 전했다.

북한 측 판문점 내부에서 팔고 있는 기념엽서. [CNN 캡쳐]

북한 측 판문점 내부에서 팔고 있는 기념엽서. [CNN 캡쳐]

판문점 기념품 가게에서는 ‘분별없이 덤벼든다면 무자비한 징벌을’ 등 과격한 선전 문구가 새겨진 엽서를 파는 모습이 담겼다. 판문점을 안내한 북한 군인은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이라고 크게 말했다. 그는 가장 좋아한다는 곡이 무엇이냐고 묻자 “김정은 장군 찬가”라고 답했다.

평양 여명거리에 있는 스마트폰 등 전자통신 기기를 파는 매장. [CNN 캡쳐]

평양 여명거리에 있는 스마트폰 등 전자통신 기기를 파는 매장. [CNN 캡쳐]

평양에서는 매일 아침 5시에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장중한 곡조의 노래가 시내에 울렸다. 여명거리에는 평양판 애플스토어같은 매장이 있었고 이곳에는 북한에서 가장 잘 팔린다는 350달러 짜리 스마트폰도 있었다. 북한 주민의 연 평균소득이 1000∼20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CNN은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하는 것 말고는 이곳에서 만난 이들의 스마트폰 활용이 활발하다고 보도했다.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는 정부의 검열을 거친 곳으로 한정됐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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