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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희소병은 있어도 희귀병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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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배우 문근영이 희귀병을 이겨내고 며칠 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 문근영은 지난 2월 급성구획증후군 진단을 받고 네 차례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급성구획증후군은 팔과 다리의 근육을 둘러싼 근막에 팽팽하게 압력이 걸려 근육 내 혈관과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을 가리킨다. 심한 통증과 마비, 신경조직 손상 등을 유발하는 희귀병이라고 한다.

이처럼 보기 드문 질병을 일반적으로 희귀병이라 부른다. 하지만 희귀병이란 용어는 문제가 있다. 희귀(稀貴)는 드물 희(稀)와 귀할 귀(貴)로 구성된 한자어다. 드물어서 매우 가치가 높은 것을 뜻한다. 희귀 금속, 희귀 우표, 희귀 동전 등을 생각하면 희귀의 의미가 쉽게 다가온다.

드물어서 귀하게 대접받는 병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희귀병은 몹시 어색한 용어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말이 ‘희소병’이다. 희소(稀少)는 매우 드물고 적음을 뜻한다. 어떤 현상의 많고 적음만을 나타내는 가치중립적 단어다. 희소가치·희소물자 등처럼 쓰인다. 따라서 드물게 발견되는 병이라면 희소병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희귀병’을 ‘희귀질환’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희소질환’이라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희귀병’ ‘희귀질환’이나 ‘희소병’ ‘희소질환’ 모두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은 단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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