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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너희가 EDM을 아느냐" 진수 보여준 체인스모커스

중앙일보

입력

1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단독 공연을 연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 [사진 현대카드]

1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단독 공연을 연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 [사진 현대카드]

EDM(Electronic dance music)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클럽이나 페스티벌에 가야만 들을 수 있을 것 같던 EDM은 빠른 속도로 음원 차트를 점령해 나갔고, 결국 엑소와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 그룹도 EDM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엑소의 ‘파워(Power)’ 같은 곡을 듣고 있노라면 어깨가 저도 모르게 들썩인다. 하지만 반복되는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언제 멈추는 거지, 다음으로 넘어갈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EDM은 흥이 넘치면서도 곧 그 바닥이 드러나는 모순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12일 첫 단독공연 8500명 찾아 즐겨 #반복적 리듬이 전부란 EDM 편견 타파 #히트곡 '클로저'부터 '라이온킹'까지 #다양한 장르 아울러 방탄 깜짝 등장도

1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미국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의 공연에서는 이 같은 의문을 품을 새가 없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26’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은 90분을 마치 한 곡처럼 이어가면서도 EDM이라는 장르가 선사할 수 있는 매력을 쉼 없이 발산했다. 알렉스 폴(32)과 앤드루 태거트(27)의 환상적인 호흡에 8500명의 관객은 의자에 궁둥이를 붙일 새도 없이 전 좌석을 스탠딩석으로 만들어버렸다.

직접 음악을 만들고 노래도 부르는 체인스모커스는 번갈아 디제잉을 선보이며 이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폴이 춤을 출 때면 태거트가 DJ가 됐고, 태거트가 노래할 때면 폴이 DJ가 됐다. [사진 현대카드]

직접 음악을 만들고 노래도 부르는 체인스모커스는 번갈아 디제잉을 선보이며 이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폴이 춤을 출 때면 태거트가 DJ가 됐고, 태거트가 노래할 때면 폴이 DJ가 됐다. [사진 현대카드]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은 직접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통상 DJ들이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선곡하며 “손 머리 위로” “이번엔 오른쪽 다음엔 왼쪽” 같은 짧은 단어로 흥을 돋우는 반면 이들은 직접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태거트는 빼어난 보컬은 아니지만 관객들과 합을 맞추는 데는 탁월한 DJ였다. 그가 ‘파리(Paris)’를 부르면 관객들은 상념에 젖어 들었고, ‘로즈스(Roses)’를 부르면 떼창으로 화답했다. 일방적으로 내지르는 대신 관객과 함께 노래를 완성해 나가는 느낌이었다.

태거트가 노래하는 DJ라면 폴은 움직이는 DJ였다. 그는 곧잘 DJ 박스 위로 올라가 춤을 추다 DJ석으로 뛰어 내려갔고, 다시 박스 밑 언더 스테이지를 휘저으며 관객들을 선동했다. 체인스모커스 결성 전 낮에는 아트 갤러리에서, 밤에는 클럽에서 일하던 그의 예술적 감성은 스크린 또한 새로운 무대로 만들었다. 해골들이 튀어나와 군무를 추면 관객들은 일제히 그 동작을 따라했고, ‘좋아요’ ‘하트’ 등 페이스북 이모티콘이 재치있게 무대를 뒤덮었다. 앨범 아트워크나 뮤직비디오에 남다른 공을 들이는 팀답게 LED 조명까지 모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제몫을 톡톡히 했다.

무대 스크린에는 각 노래에 맞는 영상이 펼쳐졌다. 깜찍한 이모티콘도 쿨하게 소화한다. [사진 현대카드]

무대 스크린에는 각 노래에 맞는 영상이 펼쳐졌다. 깜찍한 이모티콘도 쿨하게 소화한다. [사진 현대카드]

선곡 역시 분위기에 맞춰 융통성있게 변화했다.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섬싱 저스트 라이크 디스(Something Just Like This)’가 폭발적인 함성을 이끌어내자 이들은 ‘옐로(Yellow)’를 플레이했고, 다시 관객들은 노란색 휴대폰 불빛으로 응답했다. 록밴드 퀸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가 나와 일제히 발을 구르고, ‘라이온 킹’의 OST인 ‘더 라이온 슬립스 투나잇(The Lion Sleeps Tonight)’이 나와 포효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지난 3월 발매된 데뷔 앨범 ‘메모리즈…두 낫 오픈(Memories…Do Not Open)’으로 빌보드 Top 10 안에 세 곡을 동시에 올릴 만큼 대중적인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이자 때와 장소에 맞춰 어디로든 확장해나갈 수 있는 DJ만이 선보일 수 있는 셋리스트인 셈이다. 실제 체인스모커스는 “팝송을 단순히 EDM으로 바꿔버리는 작업은 하고 싶지 않다. 힙합부터 인디까지 좋은 곡들을 골라서 댄스 사운드를 추가하되 본래 특성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무대에 깜짝 등장한 방탄소년단. 빌보드 시상식을 통해 인연을 맺은 체인스모커스가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곡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사진 현대카드]

이날 무대에 깜짝 등장한 방탄소년단. 빌보드 시상식을 통해 인연을 맺은 체인스모커스가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곡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사진 현대카드]

다만 깜짝 등장한 방탄소년단과 함께 선보인 ‘클로저(Closer)’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다. 지난해 12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최대 히트곡을 제대로 듣지 못한 팬들의 항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차라리 함께 협업한 곡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베스트 오브 미(Best Of Me)’의 일부 소절을 샘플링해 선공개하거나 체인스모커스가 방탄소년단에 관심을 갖게 만든 노래 중 한 곡을 골랐더라면 두 팀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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