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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증강현실의 시대' 선포한 아이폰X

중앙일보

입력

애플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8’과 ‘아이폰X’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는 현실 세계에 가상의 사물을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이었다.

12일 공개된 아이폰8, 아이폰X #카메라, 프로세서 등 주요 부품 AR 겨냥해 설계 #미 과학지 "AR 시대가 오고 있다는 강력한 성명서" #모건스탠리 "AR 기술로 애플 매출 10조 증가 전망" #애플, 지난 6월 AR앱 개발 도구 출시 #페이스북과 구글도 AR 기술 개발 뛰어들어

이날 필 실러 애플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사옥에서 신형 아이폰을 공개하며 “AR을 위해 설계된 최초의 스마트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연된 영상에선 현실의 농구장을 배경으로 거대 로봇들이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공개됐다. 야구장에서 스마트폰 화면 안에 선수들을 넣으면 해당 선수들의 성적이 표시되거나, 밤하늘의 별들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바라보면 별자리가 나타나는 등의 기술도 시연됐다.

12일(현지시간) 공개된 아이폰8에 탑재된 증강현실 기술 시연 모습. 실제 야구장에서 스마트폰 너머로 포착된 선수들의 성적 등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12일(현지시간) 공개된 아이폰8에 탑재된 증강현실 기술 시연 모습. 실제 야구장에서 스마트폰 너머로 포착된 선수들의 성적 등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번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아이폰8과 아이폰X의 카메라는 AR을 보다 원활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저조도(low light)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됐으며 성능이 향상된 자이로스코프(스마트폰의 높이나 기울기 등을 인식하는 센서)와 가속도계, 향상된 모션센서 등이 탑재됐다.

초당 6000억번의 연산을 수행한다는 신형 프로세서 ‘A11 바이오닉’ 또한 수준 높은 AR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애플 측은 "A11 바이오닉은 스마트폰 게임과 앱에서 뛰어난 AR 경험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과학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아이폰X는 AR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아주 강력한 성명서”라며 보다 "역동적인 화면, 세로로 정렬된 카메라, 작은 베젤, 더 빠른 프로세서 등 아이폰X의 모든 기능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평했다.

(↑ 애플이 지난 6월 공개한 AR 개발 도구 'AR키트'를 이용해 제작된 AR 앱의 시연 영상. 아이패드 화면을 통해 현실 세계에 있는 사물의 길이나 거리 등을재는 모습이 담겼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첨단 기술로 최근 IT업계에서 넥스트빅씽(next big thing,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 발전)으로 가장 주목 받는 기술은 AR이다.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하면서 우리 생활에 미칠 파괴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투자사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케이티 허버티는 이날 “스마트폰의 넥스트빅씽은 AR”이라며 “AR은 애플의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매출을 향후 3년 간 90억 달러(10조1700억원) 증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AR 시장은 지난 2014년 구글이 출시한 AR 기기 ‘구글 글래스’가 처참한 실패를 겪은 이후로 침체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AR 기술을 도입한 게임 ‘포켓몬고’가 폭발적인 흥행을 이뤄내자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IT업체들이 다시 이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 애플이 지난 6월 공개한 AR 개발 도구 'AR키트'를 이용해 제작된 AR 앱의 시연 영상.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친구가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해주고 있다.)

애플은 올해 초부터 A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AR은 스마트폰만큼이나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이다. 우리는 매일 세 끼 밥을 먹듯 AR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AR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첫 결실이 지난 6월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애플이 공개한 AR 콘텐트 개발 도구 ‘AR키트’다. 개발자들은 지난 3개월 간 AR키트를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실 세계에 있는 사물의 길이나 거리를 측정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친구가 어디있는지 정확히 찾아내는 등의 앱들을 선보였다. 이 같은 앱들은 오는 19일 공개되는 애플의 차기 운영체제 iOS 11에서 구동 가능하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주요 IT 기업들도 AR 분야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향후 업계에선 A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구글은 지난달 31일 AR 개발자 도구인 AR코어(위 영상)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AR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지난 4월 "AR은 우리의 모든 기술을 바꿔놓을 아주 중요한 기술"이라며 AR 개발자들을 위한 'AR 앱스토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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