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가사키 시장 “군함도 주민들, 조선인들과 가족처럼 지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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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의 강제징용을 다룬 영화 ‘군함도’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60) 나가사키 시장. [중앙포토]

조선인의 강제징용을 다룬 영화 ‘군함도’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60) 나가사키 시장. [중앙포토]

일본 나가사키(長崎) 시장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 하시마(군함도)에서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한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군함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우에 시장, "영화 군함도 내용 사실 아니다" 주장 #6일 시의회서 생존자 인용,"조선인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日 노동자 등 증언을 한국어·중국어·일본어로 발표 예정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60) 나가사키 시장은 전날인 6일 시의회 회의에서 “섬은 결코 (영화에서 묘사하듯이) ‘지옥섬’이라고 표현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가사키시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 나라의 언어로 당시 섬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군함도 모습. [중앙포토]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군함도 모습. [중앙포토]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군함도' 포스터. [중앙포토]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군함도' 포스터. [중앙포토]

이날 시의회 의원들은 “(영화가) 조선반도(한반도) 출신자들의 가혹한 강제노동을 다루고 있으며, 사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 사실을 알리고 이에 반론을 해야 한다”며 다우에 시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다우에 시장은 영화가 ‘픽션’이란 점을 언급하며 “하시마에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당시 조선인들과) 함께 놀고, 함께 일하는 등 가족처럼 지냈다고 들었다. 하시마의 역사와 실제 생활을 바로잡고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국어로 관련 자료들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군함도' 스틸컷. [중앙포토]

일본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군함도' 스틸컷. [중앙포토]

이와 관련, 나가사키시 세계유산추진실 측은 “영화에 사실이 아닌 내용이 포함돼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며 “한국 내에서는 영화와 비슷한 내용의 그림 책도 출간돼 있는데, 나가사키시는 국내외 사람들의 섬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군함도 탄광에서 일한 노동자와 그 가족 등 당시 섬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정리해 일본어와 한국어, 중국어, 영어판을 만들어 한두달 안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영화 ‘군함도’ 상영과 관련, 당시 섬에 살던 사람들로 구성된 시민단체가 지난달 주일 한국대사관 등에 “픽션이라고만 하면 사실과 전혀 동떨어진 허구를 영화로 만들어도 되는거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현재 군함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산업혁명에 성공한 ‘메이지유신’의 유산으로 군함도를 등재시켰다. 그러나 이 부분에는 강제징용과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이 누락돼,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이런 사실을 군함도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한 바 있다.

다우에 도미히사 나가사키 시장. [나가사키 시청 홈페이지]

다우에 도미히사 나가사키 시장. [나가사키 시청 홈페이지]

나가사키현 고토시 출신인 다우에 시장은 규슈대 법대 졸업 후 1980년 나가사키 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지난 2007년 시장에 첫 당선됐다. 2015년 4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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