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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결함을 비리처럼 … 국산헬기 수리온은 억울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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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경태 세종대 기계항공우주 공학부 교수

이경태 세종대 기계항공우주 공학부 교수

“벼랑 끝 위기 한국항공우주산업, 회생 골든타임 놓치나”

최근 중앙일보 경제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기사 내용대로 감사원의 수리온 감사 결과 발표와 검찰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비리 수사가 맞물려 ‘수리온은 방산비리’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수출협상도 제동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KAI 경영난을 수습해야 할 KAI 사장은 한 달 넘게 공석이다.

감사원이 발표한 내용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들로, 현재 대부분은 개선된 상태다. 논란이 되는 것은 ‘아직 체계결빙 입증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수리온을 운용해도 괜찮은가’하는 점이다. 체계결빙이란 저온의 먹구름 속과 같은 결빙환경에서 비행할 때 항공기에 얼음이 들러붙는 현상이다. 수리온은 지난 결빙시험 때 엔진 공기 흡입구, 엔진 냉각덕트, 전선절단기에서 허용량을 넘는 착빙현상이 발생해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에서 미입증 판정을 받았다.

체계결빙시험은 기체에 착빙이 발생하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험한 환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항공기 안전성이 확보된 개발 종료 후 수행하게 된다. 자연결빙시험은 겨울철의 특수한 조건에서만 실시할 수 있고, 발견된 문제점은 개선한 뒤 최소 다음 년도의 동일 기상조건에서 재시험해야 하므로 보통 2~5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체계결빙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항공기는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현재 우리 군의 헬기 중 UH-60, AH-64를 제외한 UH-1H, 500MD, AH-1S 등은 결빙방지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결빙지역을 만날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원칙이며, 수리온도 기본 회피능력은 이미 입증돼, ‘승인된 범위 내 운용 시 비행 안전성 확보가능’ 판정을 받은 것이다. 수리온은 2018년 3월까지 다시 체계결빙시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런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대다수의 국민은 수리온이 겨울철에 날지 못하는 엉터리이며, 방위사업청은 불량품을 납품받아 승인해준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항공기 개발 경험이 부족하다. KT-1, T-50과 같은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100대 이상, 수조원어치를 수출까지 하고 있는데 반해 회전익 개발은 수리온이 처음이었다. 세계 최강의 헬기로 꼽히는 아파치도 개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계속 문제가 발생한다. 불과 6년 만에 더구나 최초로 시도하는 헬기 개발을 완벽하게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크고 작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사실을 감사원이 비리가 발견된 것처럼 지적한 것이다.

수리온은 아직 명품은 아니지만 명품을 향한 여정에 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 운용하며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보완하면서 우리만의 첨단기술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경태 세종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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