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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야말로 돈 벌 기회 … 실버 산업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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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아흐마디 CPR자산운용 수석매니저는 “노령 빈곤 문제가 심각한 한국과 달리 대부분 선진국에서 고령층은 최대 소비층”이라며 “고령층 타깃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NH아문디자산운용]

아흐마디 CPR자산운용 수석매니저는 “노령 빈곤 문제가 심각한 한국과 달리 대부분 선진국에서 고령층은 최대 소비층”이라며 “고령층 타깃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NH아문디자산운용]

“고령화야말로 가장 확실한 성장 산업이다.” 5일 인터뷰에서 바파 아흐마디(49) CPR자산운용 수석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CPR자산운용은 유럽 1위(총자산 1조3000억 유로) 자산운용사인 프랑스 아문디그룹에 속해 있는 회사다. 특정 주제에 초점을 맞춘 ‘테마 전문’ 자산운용사다. 아흐마디 수석 매니저는 18억 유로(약 2조4000억원) 규모의 고령(실버) 전문 펀드 운용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이며, 되돌릴 수 없고, 성장 속도 역시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빨라진다는 점이 고령 산업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흐마디 CPR자산운용 매니저 #한국과 달리 전 세계 최대 소비층 #고령층 타깃 제약·요양·화장품 투자 #2조4000억원 규모 전문 펀드 운용 #경기 바닥 친 유럽 비중 늘려가 #삼성바이오로직스·휴젤에도 관심

‘고령화가 돈이 된다’는 주장은 기존 투자업계에서 통용되는 발상은 아닌듯하다.
“고령화하면 보통 제약이나 간호, 요양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다. 고령 산업은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고 많은 수요를 창출하는 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만 해도 미국에서 신차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연령대가 50대 이상이다. 고령 인구에 초점을 맞춘 차량을 많이 출시하는 도요타에 투자하는 이유다. 고령층을 새로운 목표로 내세운 화장품 회사 로레알에도 투자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는 미국·유럽·아시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령 인구가 소비하고 생활하는 양식도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 이 산업에 돈이 모이고, 우리는 여기에 투자해서 실적을 내고 있다. 고령화로 돈을 버는 방법이다.”
한국의 고령 인구는 만 65세 이상을 지칭한다. 이 나잇대로 들어선 사람들은 소비 긴축에 나선다. 통계로도 증명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고령 산업을 주투자 업종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전 세계를 놓고 비교하면 사실 한국은 특이한 사례다. 한국만이 극단적으로 고령 계층 소비 규모가 중간 나잇대와 차이가 난다. 미국·일본·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인 중국의 통계만 봐도 고령 인구가 중간 나잇대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패턴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고령 인구는 주택 대출(모기지)을 갚거나 아이를 키우기 위해 교육비를 쓸 필요가 없다. 대신 취미·여가 활동에 투자할 시간은 많다. 왜 한국 고령층에서 이런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가. 한국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연금 제도의 차이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한다면 국가별 배분도 중요할텐데.
“미국과 일본 비중은 줄이고 유럽 비중은 늘리고 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긴축과 기업 고평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 때문에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대 고령 시장이다. 하지만 북한 위기로 엔화가 강세고 변동성도 커졌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전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다. 반대로 유럽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고 기업 실적도 좋다. 유럽 기업의 주식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투자 종목에 한국 기업은 없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투자하기 위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도 좋다. 그런데도 투자를 안하는 건 현재 운용 중인 펀드 특성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벤치마크(기준)로 삼고 있다. MSCI에 한국이 편입돼 있지 않아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삼성바이오로직스·휴젤·오스템 등 고령 산업과 관계 깊은 한국 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노인 빈곤 문제에서 벗어나 한국의 고령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공적 연금으로는 소득이 충분치 않는 고령층을 위해 개인연금 부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해 보인다. 선진국에선 요양 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는데, 한국에선 요양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유럽의 예를 들면 ‘PPP(Public Private Partner)’란 프로그램이 요양 산업에 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초기에 협력해 추진하고 해당 부문이 성장하면 추가로 민간 기업이 들어와 참여하는 체계가 자리잡혀 있다. 한국에도 이런 정책 프로그램을 도입·육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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