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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의 ‘시베리아 철도 연결’ 구상과 ‘은하철도 999’의 공통점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를 시베리아 횡단열차(TSR)와 연결한다.”

구 소련 수교 이후 역대 대통령 공통 목표는 '시베리아 철도' 연결 #시베리아 횡단 철도,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손 흔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손 흔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9288km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통해 대륙으로 진출하겠다는 구상은 1990년 구 소련과의 수교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공통된 목표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쾨르버 연설’에서 “군사분계선으로 단절된 남북을 경제벨트로 새롭게 잇고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공동체를 이루겠다”며 “끊겼던 남북 철도는 다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과 북경으로, 러시아와 유럽으로 달릴 것이다.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 등 동북아 협력사업들도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5일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두 나라는 훨씬 더 웅장한 꿈을 꾸어야 한다”며 북극항로 개척과 철도를 비롯한 가스관 연결 문제를 재차 언급했다.

모스크바행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역. [중앙포토]

모스크바행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역. [중앙포토]

문제는 매번 북한이었다. 북한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철도 연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남ㆍ북ㆍ러의 3각 협력은 당장은 어렵더라도 한ㆍ러가 먼저 시작하고 향후 북한도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언젠가 3각 협력이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 한반도와 극동, 동북아의 평화ㆍ번영은 물론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가는 협력과 번영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발상의 전환으로 향후 협력 시대에 대비한 포석을 미리 깔아놔야 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지구 둘레의 4분의 1로, 서울-부산 길이의 20배에 달한다. 시베리아 철도를 한반도 또는 섬나라인 일본과 연결하는 구상은 유명한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는 외교부에서 발간한 '러시아연방 알기'라는 책자에서 소개하는 내용이다.

책자에는 은하철도 999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모티브로 했다는 내용과 함께, "20세기 초 일본에는 도쿄를 출발한 열차가 쓰루가항에서 배로 블라디보스토크로 운성된 뒤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통해 모스크바를 거쳐 프랑스 파리까지 가는 ‘유럽-아시아 국제연결열차’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철이는 영원한 생명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주인공 메텔(Metel)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최종 목적지에는 기계화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만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1979년은 이념대립이 극에 달하던 시절이다. 문화계에서는 기계화된 사람들이 사는 최종 목적지는 모스크바를 상징한다는 해석을 유력하게 내놓고 있다. 공산주의 이념에 따라 포장된 세계의 실상은 ‘기계화된 삶’이고, 이들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유를 뺏긴 채 노역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여주인공 메텔은 러시아어로 ‘눈보라’를 의미하는 ‘메쩰(мете́л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메텔의 털모자, 외투 역시 제정러시아 시절 러시아 귀부인들의 입던 옷과 유사하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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