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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9회 연속 본선행, 전 세계 6개국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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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90년 이탈리아, 94년 미국, 98년 프랑스, 2002년 한국(일본),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까지 9개 대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211개 회원국 가운데 본선에 9회 이상 연속 출전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6개국뿐이다. 우선 이미 본선행을 확정한 '삼바축구' 브라질은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대회부터 단 한 차례로 빼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 개근하는 국가가 됐다. 최다 출전과 연속 출전에서 모두 1위다. 16회 연속 출전의 독일이 2위. 그 뒤를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1회), 스페인(10회)이 따랐고, 한국이 그 다음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대륙에선 한국이 독보적이다. 그 뒤를 '숙적' 일본이 따르고 있다. 일본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내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6회 연속 본선 진출이다. 94년 미국부터 2006년 독일까지 4회 연속으로 본선 무대를 밟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다음이다.
 한국이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건 1954년 스위스 대회다. 이후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도전사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출전권을 얻은 2002년을 빼고는 거의 항상 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국의 월드컵 본선 도전사를 대회별로 정리했다.

1954년 3월 7일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열린 일본 도쿄 메이지 신궁 경기장. 한국 선수들은 진흙탕 그라운드에서 5골을 넣고 일본을 꺾었다. [사진제공=이재형 축구수집가]

1954년 3월 7일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열린 일본 도쿄 메이지 신궁 경기장. 한국 선수들은 진흙탕 그라운드에서 5골을 넣고 일본을 꺾었다. [사진제공=이재형 축구수집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 대한해협에 몸을 던지는 각오로
아시아 예선은 한국과 일본의 2파전이었다. 해방 이후 일본과 국교가 없던 한국 정부는 일본 대표팀의 방한을 불허했다. 결국 한국 대표팀이 어웨이 경기는 물론 홈 경기까지 일본으로 건너가 치렀다. 이승만 대통령에게 출국 인사차 경무대를 방문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유형 감독은 "일본에 지면 선수단 전원이 대한해협에 몸을 던지겠다"고 결전의 의지를 담은 각오를 전했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하면서 감격스러운 월드컵 첫 본선 진출의 역사를 썼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 - 서랍 속에서 잠든 참가신청서
FIFA가 보낸 월드컵 예선 참가신청서를 대한축구협회 담당 직원이 까먹었다. 영어를 모르던 직원이 신청서를 사무실 서랍 속에 넣어둔 채 잊어버렸고, 결국 신청 기한을 넘겼다. 축구협회의 행정이 열악하던 시절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1962년 칠레 월드컵 - 공산국가로 떠난 첫 원정경기
아시아 1위로 예선을 통과한 한국은 유럽 국가와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행 여부를 가려야 했다. 상대는 동유럽의 강호 유고슬라비아. 홈 앤드 어웨이 진행된 대결에서 한국은 두 번 다 졌다. 유고 원정은 한국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공산주의 국가를 방문해 치른 경기였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 '강호' 북한에 질까 봐 불참

한국은 1954년 이후 12년 만의 본선행을 위해 맹훈련했지만, 정부의 출전 불허로 아시아 예선에 참여하지 못했다. 동아시아 축구 강국으로 이름을 떨치던 북한이 출전했기 때문이다. 남북대결 패배의 후유증을 우려한 정부의 출전 불허로, 대한축구협회는 FIFA에 당시로선 거액인 5000달러의 벌금까지 물었다. 본선에 나간 북한은 월드컵 8강 진출의 맹위를 떨쳤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 통한의 페널티킥 실축

한국은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호주와 격돌했다. 일본이 가장 먼저 탈락한 가운데 한국과 호주가 아시아 1위를 놓고 격돌했다. 1차전에서 1-2로 진 한국은, 2차전 후반 1-1 동점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었다. 하지만 키커 임국찬이 실축하면서 결국 한국은 1무 1패로 탈락했다. 임국찬은 국민적인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에 이민을 떠났다.

◇1974년 서독 월드컵 - "대표선수들 고기 좀 먹여라"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4년 전에 이어 또다시 호주에 덜미를 잡혔다. 홈과 원정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제삼국인 홍콩에서 재경기가 열렸다. 한국은 3연전 과정에서 체력 문제를 드러냈고, 무기력한 경기 끝에 호주에 0-1로 졌다.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고기 좀 먹이라"는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 또 호주 때문에… 또 눈물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이란·호주·쿠웨이트·홍콩과 홈 앤드 어웨이로 본선행을 다퉜다. 차범근·허정무·조광래·김호곤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이 출전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호주 원정에서 1-2로 진 뒤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 최정민 대표팀 감독이 중도사퇴했고, 상황이 악화하면서 본선출전권을 이란에 내줬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 편파판정으로 놓친 본선행 티켓
한국은 1차 예선에서 말레이시아·태국·쿠웨이트와 만났다. 원정경기로 열린 쿠웨이트전에서 심판은 멀쩡하게 들어간 골을 반칙에 의한 노골로 선언하는 등 노골적으로 편파 판정했다. 결국 한국은 0-2로 졌고 최종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한국축구대표팀 [중앙포토]

1986년 멕시코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한국축구대표팀 [중앙포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 32년 만에 이룬 꿈의 본선행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숙적' 일본을 만났다. 원정 1차전에서는 정용환·이태호의 연속골로, 홈 2차전에서는 허정무의 결승골로 2연승 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다. 아시아 예선이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로 나뉘어 치러진 덕분에 중동 텃세를 피하는 운도 따랐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 30골 1실점… 아시아의 맹주

한국은 1차 예선과 최종 예선을 합쳐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9승 2무 무패, 30골-1실점의 압도적인 기록을 남겼다. 2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에서는 3전 전패로 탈락하며 높은 세계 축구의 벽을 실감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 경기 후 전해진 낭보 '도하의 기적'

최종예선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다. 한국은 최종전에서 북한을 3-0으로 꺾은 뒤, 이라크-일본전 결과를 기다렸다. 1-2로 뒤지던 이라크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 골을 터뜨렸다. 2-2로 비긴 일본엔 '도하의 비극'으로 기록된 그 경기다. 한국은 극적으로 일본을 제치고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일본전 동점 골의 주인공인 이라크의 자파르는 두 달 뒤 대한축구협회 초청으로 방한해 귀빈 대접을 받았다.

1998 프랑스월드컵 일본과의 원정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는 이민성(가운데). [중앙포토]

1998 프랑스월드컵 일본과의 원정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는 이민성(가운데). [중앙포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 도쿄 대첩과 '차범근을 대통령으로'
이른바 "후지 산이 무너졌다"는 중계멘트로 기억되는 '도쿄 대첩'에서 한국은 일본을 2-1로 이겼다. 한국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일찌감치 최종예선을 통과했다. 한-일전 시청률은 57%로, 단일 방송사의 스포츠 중계로는 사상 최고 기록이다. 때마침 대통령 선거 직전 본선행을 확정하면서 축구 팬 사이에선 '차범근을 대통령으로'라는 구호까지 나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

일본과 공동으로 월드컵을 개최하게 된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지역 예선 없이 본선에 진출했다. 1년 넘게 합숙훈련을 하며 조직력을 끌어올린 한국은 본선에서 4강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 참가한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 한일월드컵에 참가한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6년 독일 월드컵 - 독이 든 성배, 대표팀 감독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사우디·우즈베크·쿠웨이트 등과 경쟁했고, 결국 6회 연속 본선 진출을 성사시켰다. 조 본프레레 감독은 본선행을 달성하고도 이후 열린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패한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를 계기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생겨났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 남북한의 동반 월드컵 본선행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은 서울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최종전을 치렀다. 한국은 박지성의 동점 골로 이란과 비겼다. 한국을 이겨야 본선행이 가능했던 이란 대신, 북한이 본선진출권을 따냈다. 한국 덕분에 남북은 월드컵 본선에 동반 출전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 이란전 징크스의 시작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이란에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모두 내줬다. 다행히 조 2위로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다. 예선을 치르면서 대표팀 사령탑이 조광래 감독에서 최강희 감독으로 바뀌었다. 또 본선 무대에선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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