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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확인…김사복씨 아들, 獨 힌츠페터와 아버지 함께 찍은 사진 찾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신이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김사복 씨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남성이 이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언론에 공개된 모습 속 힌츠페터 기자.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가 5일 CBS에 공개한 아버지의 사진(오른쪽)과 동일한 옷·안경 등을 하고 있다.

기존 언론에 공개된 모습 속 힌츠페터 기자.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가 5일 CBS에 공개한 아버지의 사진(오른쪽)과 동일한 옷·안경 등을 하고 있다.

김승필 씨는 5일 아버지 김씨와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 공개했다. '영화 속 김사복 씨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라는 그동안 자신을 부르던 꼬리표가 떨어진 순간이다.

김승필 씨는 이날 아버지 김사복 씨가 여러 외국인과 함께 둘러 앉아 음식을 먹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엔 두 명의 외신기자가 등장하는데, 그중 김씨의 오른편에 앉은 안경을 쓴 인물이 바로 힌츠페터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CBS는 김씨가 제공한 사진을 토대로 1980년 당시 힌츠페터와 함께 일했던 독일 ARD-NDR 방송의 페터 크렙스와 접촉해 신원을 확인했다. CBS 보도에 따르면 크렙스는 "안경을 낀 남성은 힌츠페터가 맞고, 곁의 머리가 벗겨진 인물은 오디오맨인 헤닝 루머"라며 "누가 이 사진을 찍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또, 김씨가 제공한 사진 속 힌츠페터의 모습은 그간 언론을 통해 공개된 힌츠페터의 광주 취재 당시 모습과 동일하다. 그는 같은 체크무늬 셔츠에 같은 안경을 끼고 있었다. 함께 사진에 등장한 루머의 모습도 그간 언론을 통해 공개된 모습과 동일한 탈모 양상을 보인다.

이날 크렙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힌츠페터가 당시 광주를 찾게 된 배경도 알려졌다. 크렙스는 1971년부터 1982년까지 일본을 거점으로 일본과 한국, 대만, 필리핀 등을 취재하는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크렙스는 한국에선 김대중 등 야권 정치인을 주로 취재했는데,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벌어지자 카메라맨이었던 힌츠페터와 오디오맨인 루머에게 광주행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크렙스는 CBS 인터뷰에서 "그때 나는 서울에 잘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KCIA(중앙정보부)가 나를 가로막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힌츠페터와 루머에게 그곳에 가 취재할 것을 지시했다"고 소회했다. 또, 이들뿐 아니라 독일의 한 주간지 기자인 루이즈 크롬도 당시 현장을 취재했다고 덧붙였다. 크롬은 크렙스의 부인이기도 하다.

[사진 SBS 캡처]

[사진 SBS 캡처]

앞서 김씨는 SBS의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해 당시 아버지와 관련한 기억들을 설명한 바 있다. 그는 "1980년 5월 어느날, 유달리 특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평소와 달리 말도 없이 외박을 하고 돌아왔다"고 밝혔다. 평소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던 아버지의 택시는 당시 이곳저곳 찌그러지고 흠집이 난 상태였는데, 집에 돌아오자 마자 아버지 김사복 씨는 가족들에게 "같은 민족을 그렇게 죽일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김씨의 주장대로 김사복 씨가 일반택시 운전자가 아닌, 호텔 투숙객만을 상대로 영업하는 일명 '호텔 택시'를 운영하던 운수 사업가였던 부분도 추가로 공개된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김사복 씨가 외신 기자들의 취재 지원을 잇따라 하면서 재야의 유력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뒤늦게 공개된 것이다.

김씨가 공개한 사진 속 김사복 씨는 민중운동가 함석헌 선생 등 재야 인물들과 함께였다. 김사복 씨가 서울 시내의 모 관광호텔에서 호텔 택시를 운영했을 당시 해당 호텔의 임원도 "사복이는 욕 하는 사람이 없었다"라며 "외국사람이 김사복 차를 타면 또 탔다. 착실하고, 정확하고, 신용이 100%"라며 외국 고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져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씨는 CBS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기자를 태우고 수동적으로 광주에 내려간 기사가 아니라, 인권주의자였다"면서 "아버지의 행적을 제대로 알려내는 일은 아들된 도리"라고 밝혔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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