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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흑인만 쏜다” 속내 밝힌 미국 경찰 충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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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순찰하던 미국 경찰관이 갓길로 유도한 운전자와 실랑이를 벌인다.

"지금 당신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오려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올 필요 없다고 전하라. 난 당신을 감옥으로 끌고 갈 거고, 차량은 압수하겠다.”(경찰)

"전화를 할 수 없다. 전화기를 꺼내다가 오해받아 총맞는 장면을 많이 봤다.”(운전자)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 기억하라. 우리는 흑인만 죽인다. 당신이 본 비디오 중에 백인이 총맞는 거 봤나?”(경찰)

지난해 7월 미국 조지아주 콥 카운티내 고속도로 갓길에서 경찰과 운전자 사이에 오간 대화가 공개돼 인종차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애틀랜타 WSB TV가 입수한 동영상에 따르면 콥 카운티 소속 경찰 그렉 애벗이 백인여성 운전자에게 “우리는 흑인만 죽인다”라고 충고한 말이 경찰차량에 장착된 카메라에 그대로 찍혔다.

조지아주 경찰이 한 발언 공개돼 파문 #해당 경찰은 내사거쳐 해고 결정키로 #'흑인생명도 중요하다' 운동 더 거세질듯

콥 카운티 경찰은 경찰차량의 카메라를 수거해 정기적인 내사를 벌이던 중 애벗이 내뱉은 문제의 발언을 찾아내 징계위원회를 거쳐 최근 해고키로 결정했다.

마이크 레지스터 경찰서장은 방송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발언은 적절하지도 않고 변명의 여지도 없다”면서 “애벗의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있는지 잘 모르지만, 우리는 그가 한 말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경력 28년의 애벗은 변호사를 통해 “여성운전자가 너무 긴장하고 있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사안의 심각성이 너무 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애벗과 같은 백인 경찰의 말 한마디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 이후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영국 가디언이 미국 전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찰이 사살한 사람의 비율이 100만 명에 10.13명이었는데, 흑인이 6.66명으로 가장 많았다. 히스패닉이 3.23명으로 뒤를 이었고, 백인은 2.9명이었다. 흑인 피살자 비율이 백인의 두 배를 넘는다. 아시아인이 1.17명으로 가장 적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경찰 관계자들은 순찰하는 구역의 특수성으로 설명한다. 경찰들이 평온한 지역보다는 범죄율이 높은 우범지대를 주로 순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우범지대에 흑인들이 많이 살면서 흑인 사살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흑인 사살은 우범지대의 높은 범죄율과 별다른 관계가 없고, 오히려 경찰들의 편견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콜로라도 볼더대의 조쉬 코렐(심리학) 교수는 “비디오 게임 시뮬레이션 결과 경찰들이 흑인 용의자에게 더 빨리 사격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훈련과정에서 흑인을 자주 등장시키는 게 편견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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