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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구세주인가 허풍선인가

중앙일보

입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일론 머스크 트위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일론 머스크 트위터]

현재 지구 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일 것이다. 머스크는 테슬라(자율주행 전기차), 스페이스X(우주산업), 하이퍼루프(초고속 진공 열차), 보링컴퍼니(대규모 지하 터널) 등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혁신 산업에 연이어 도전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AI로 인한 인류 멸종 피해야 한다" 는 신념에 #인간 두뇌 AI만큼 강화하는 '뉴럴 레이스' 본격화 #스페이스X의 화성 개척도 AI의 지구 정복 대비책 #"인류 멸종 막겠다" 사명감 불타는 머스크 향한 엇갈린 시선 #WSJ "구세주 일런 머스크", 배니티페어 "인류 멸망 막기 위한 성전" #저커버그는 "머스크는 무책임해, 양심 있다면 그럴 수 없다" 비판

지난 6월 머스크가 만든 기업 '뉴럴링크'도 최근 1억 달러(약 1123억 원) 규모의 주식 매각을 통해 2700만 달러의 현금 실탄을 손에 넣었다.

뉴럴링크는 뇌 속에 '뉴럴 레이스'라는 물질을 심어 뇌로부터 컴퓨터에 직접 정보를 다운로드하거나 컴퓨터 속 정보를 뇌에 정보를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머스크는 지난 4월 미국 과학기술 전문 블로그 웨잇벗와이와의 인터뷰에서 "뉴럴링크는 향후 4년 내에 심각한 뇌 손상을 치료할 기술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뇌를 기계와 융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위 영상은 지난 27일 스페이스X가 주최한 하이퍼루프(초고속 진공 열차)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독일 뮌헨공대 학생들의 하이퍼루프 포드(pod, 객차) 시험 운행을 내부에서 촬영한 것. 이 객차는 약 1.3㎞를 달리는 동안 최대 시속 324㎞를 기록했다.>

그러나 사실 머스크의 진정한 목표는 따로 있다. '인류를 멸망으로부터 구하는 것'이다. 최근 투자를 시작한 뉴럴링크의 설립 목적도 인간이 AI와의 경쟁에서 밀려 멸종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머스크는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서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면 인간은 AI가 시키는 대로 하는 애완동물이 될 것"이라며 "뉴럴 레이스를 두뇌에 삽입해야 인간이 AI에 지배당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현 인류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더라도 인류 역시 뇌를 기계와 연결함으로써 AI 수준의 능력을 갖추면 종말을 피할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생각이다.

머스크는 세계의 미래에 대해 설명할 때 '종말', '멸종', '위협' 같은 단어를 종종 사용하며 자신이 벌이는 사업의 목적이 인류의 멸종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왔다.

테슬라부터 스페이스X, 뉴럴링크에 이르기까지 머스크의 모든 사업은 인류의 앞날에 대한 어두운 전망에서 시작됐다. 머스크가 일각에서 '구세주(savior)'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이유다.

<위 영상은 머스크의 지하 터널 굴착 업체 '보링 컴퍼니'의 첨단 터널사업 소개 자료>

머스크는 특히 인공지능(AI)이 인류를 멸망킨다고 두려워하고 있다. 머스크는 AI가 5년에서 10년 내로 인류보다 더 똑똑해질 것이며, 우리가 서둘러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기회가 될 때마다 주장해왔다.

인류가 AI의 위협을 피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지구 밖으로 피난을 가는 것이다. 머스크는 자신이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화성 식민지 개척(아래 영상 참조)에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가 AI의 위협이라고 말해왔다.

이에 대해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 "AI가 지구를 지배할 정도로 정도로 발달했다면 인류가 화성으로 도망쳐봤자 금세 따라올 것"이라고 지적하자 머스크는 "AI가 따라오지 못할 시나리오들까지 준비해놨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종말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겠다는 사명감에 가득한 머스크를 향한 시선은 엇갈린다. 지난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홀먼 젠킨슨 주니어는 '구세주(saviour) 일런 머스크'라는 이름의 기명 칼럼을 통해 "50년 뒤 우주에 공장과 호텔이 세워지고 화성에 정착촌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스페이스X의 공"이라며 "인류의 지성이 태양계 너머로까지 확장되는 먼 미래의 후손들은 머스크에게 감사할 것"이라고 썼다.

미국 잡지 배니티페어는 지난 3월 머스크의 사업들을 "AI 묵시룩을 막기 위한 성전"에 빗대어 소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머스크가 너무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반면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허황된 주장을 퍼뜨린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23일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첫 자체 개발 우주비행복을 입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우주복은 기존 우주복과 달리 날렵하고 세련된 형태로 디자인됐다. [일론 머스크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23일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첫 자체 개발 우주비행복을 입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우주복은 기존 우주복과 달리 날렵하고 세련된 형태로 디자인됐다. [일론 머스크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23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머스크에 대해 "AI가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건 정말 부정적인 견해고 어떤 면에선 아주 무책임한 것"이라며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워싱턴대에서 AI를 가르치는 페드로 도밍고스 교수는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머스크에게 AI의 진짜 위험성과 망상을 구별하는 법에 대해 가르치려고 시도했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머스크가 야심차게 발표한 화성 식민지 계획도 전문가들로부터 "허황된 소리"라는 빈축을 샀다. 당시 머스크는 2022년까지 화성에 우주인 100명을 보내 식민지를 개척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저명한 미국 천문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지난해 11월 IT전문지 버지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가 우주 개척의 선봉에 서리라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타이슨은 "(화성 개척엔)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매우 위험하며 투자 수익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그런 사업에 돈을 낼 투자자는 아무도 없다. 그런 사업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정부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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