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큰손'도 늘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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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외국자본이 밀려들면서 특정 종목을 5% 이상 사들여 대주주가 된 외국인 '큰 손'들도 크게 늘었다.

증권거래소는 지난달 15일 현재 외국인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사는 1백3개사로 지난해 말보다 21개사가 늘었다고 25일 밝혔다.

대표적인 큰 손은 소버린자산운용으로 단기간에 가장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SK㈜ 14.99%를 주당 8천3백원~1만1천원대의 가격으로 사들인 소버린은 지난주 말 종가기준으로 투자금액과 거의 맞먹는 1천5백42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

소버린 이후 외국인이 대량 매집하면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자 외국인들이 될 성부른 종목의 지분 확보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GMO이머징마켓펀드는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28만9천3백50주를 장내 매입해 지분 5.16%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매집기간이 거래일수로는 3일에 불과했지만 이미 평가차익은 50억원을 웃돌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많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하자 뒤늦게 정체를 드러내는 외국인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독일계 투자사 안홀드 앤 에스 브래이크뢰더 투자자문(이하 안홀드)은 남양유업 등 5개 상장사의 대주주로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안홀드는 지난 21일 남양유업 13만여주(19.44%).롯데제과 7만9천여주(5.59%)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에 뒤늦게 보고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5일 이내에 신고하게 돼 있지만 지분 보유 사실을 그동안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안홀드는 퍼시스의 주식 1백20만여주(9.67%)와 대덕전자 5백5만여주(10.35%).대덕GDS 1백75만여주(8.69%)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종목들이나, 일시적으로 기업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기업은 바로 외국인들의 매집 공세를 받는다"며 "주가가 평가를 제대로 못받아 당장은 낮지만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면 즉시 지분을 확대해 선취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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