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한명숙 억울한 옥살이” 야당 “사법부 판결 뒤엎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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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지난 2015년 8월 수감됐던 한명숙 전 총리가 23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한 전 총리가 출소 직후 마중 나온 지지자들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문희상 의원, 한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전해철 의원·김현 전 의원. [우상조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지난 2015년 8월 수감됐던 한명숙 전 총리가 23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한 전 총리가 출소 직후 마중 나온 지지자들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문희상 의원, 한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전해철 의원·김현 전 의원. [우상조 기자]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서 유죄 선고를 한 13명의 대법관은 속된 말로 ‘제정신이 아니다’ ‘또라이다’라는 것을 주장하는 거예요. 추미애 대표하고….”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교도소 앞엔 전·현의원 20명 출동 #추미애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 #우원식은 “사법 적폐 청산해야” #야권 “법치주의 파괴” 일제히 반발 #박상기 법무 “대법 판결 존중해야”

“말씀이 좀 심하지 않아요? 또라이가 뭡니까?”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것밖에 더 됩니까?” (권 위원장)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년간 복역한 한 전 총리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 ‘억울한 옥살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야권이 일제히 ‘법치주의 파괴’라고 반발했다.

발단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출소를 하루 앞둔 한 전 총리에 대해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 기소독점주의의 폐단으로 사법 부정의 피해를 입었다”고 발언하면서다. 23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교도소 앞은 출소하는 한 전 총리를 맞이하기 위해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문희상·홍영표·전해철·정성호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20여 명이 출동했다. 이 자리에서 우 원내대표는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라고 이야기했고, 그런 억울함이 있다면 무고함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지난해 회계결산을 위해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야권의 성토가 이어졌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에 배석했던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당시 판결을) 부인하는 듯한 여러 정치권의 발언들이 나온다”며 견해를 물었고, 이에 김 처장은 “근거 없는 비난은 사법부의 신뢰에 좀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추미애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확하게 신문 보도를 보지 못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럼에도 권 위원장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우리 사회가 존중해야 합니까? 무시해야 합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존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한 전 총리 추징금 징수 문제를 추궁했다. 김 의원은 “한 전 총리의 추징금 8억8000만원 중 1억5300만원만 집행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법원 측 답변에 “보통 일반인들이 이랬으면 어떻게 됐겠냐.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야 3당은 법사위 바깥에서도 한목소리로 나섰다.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판사까지 지낸 집권당의 대표가 사법부 판결까지 부정하며 법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자기편이라고 무조건 옹호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있다니 아연실색할 뿐이다”고 비난했다.

이재만 한국당 최고위원도 “정권을 잡았다고 사법부 판결 자체를 뒤엎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여당 지도부의 발언은) 한 전 총리는 잘못이 없는데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유죄가 됐다는 것으로 읽혀진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한 전 총리가 가을의 문턱에 새로운 세상의 품으로 돌아오셨다”고 SNS에 올렸다. 야당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썼다. 우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반발하고 있는 한국당을 겨냥해 “한국당은 사법부의 정치화와 코드화를 말할 자격이 없다”며 “곪을 대로 곪은 사법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당내에선 사법부 판결 부정으로 비춰지는 모습에 대해선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 문희상 의원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기소와 재판이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 묻자 “그 대목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유성운·김록환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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